배달 중 없어진 치킨 소유권 법리 따져보니
‘배달 기사가 치킨을 몰래 빼먹었다’는 글을 올린 A 씨가 공개한 치킨 사진.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치킨 몇 조각을 몰래 빼먹은 배달 기사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치킨을 먹지 못하게 된 소비자는 억울하겠지만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 배달 과정에서 없어진 치킨의 소유권은 소비자가 아닌 가게 주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기사가 치킨을 몰래 빼먹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2년 넘게 즐겨 먹는 한 브랜드의 순살 치킨을 주문했다.
그는 아파트 초인종이 울리자 문을 연 뒤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했다. 이어 배달 기사로부터 치킨이 담긴 상자와 콜라, 무를 받았는데 모두 비닐에 포장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A 씨는 치킨을 들고 직접 가게에 찾아갔다. 사장도 치킨 상태를 보곤 당황했다고 한다. A 씨가 공개한 사진 속 치킨을 보면 일부 조각이 없어진 듯 조금은 휑한 모습이다. 마치 한쪽으로 쏠린 듯 비어있는 부분도 보인다.
A 씨는 “배달 기사가 와서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면 저도 그냥 가려고 했다”며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전화를 받길래 ‘절도죄다.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사과하고 인정하면 그냥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배달업체 사장은 경찰에 신고하라더라”고 토로했다.
이후 지인 경찰에게 연락해 신고가 가능한 사안인지 문의한 A 씨는 “법이 이상하다. 제가 치킨을 받기 전까지는 가게 사장 소유고, 치킨을 받아야 제 소유가 되는 거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결제해도 상황이 이러니 제가 신고할 수 없었다. 가게 사장만 신고가 가능해서 2시간 기다리다 새 치킨 받아서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게 사장 입장에서는 배달업체가 갑이고, 혼자 운영하시니 신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널A 유튜브 채널 캡처
따라서 음식물 빼먹기 피해에 대해 배달 기사를 ‘고소’할 수 있는 주체는 소비자가 아닌 가게 사장이다.
만약 가게 사장이 법적 처벌을 원하지 않은 상황이고 이 문제를 어떻게든 법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소비자가 직접 배달 기사를 형사 ‘고발’할 수 있다. 다만 배달 기사가 음식물을 빼먹었다는 증거(폐쇄회로(CC)TV나 목격자)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
배달 기사가 음식을 중간에 가로챈 건 형법에서 절도죄가 아닌 업무상 횡령죄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김태민 식품전문변호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불법적으로 가로채는 행위기 때문에 치킨 배달 기사가 치킨을 가로챈 건 우리 형법에서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업무상 횡령죄는 ‘징역 10년 이하나 벌금 3000만 원 이하’의 형에 처하도록 돼 있어서 ‘6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1000만 원 이하’의 절도죄에 비해 처벌 강도가 훨씬 더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