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선 공개’하고 요청자에 한해 ‘후 익명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는 바람에 원치 않는 유족은 본인 인증을 하느라 이 매체 회원가입까지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민들레는 16일 홈페이지에 ‘[알림]유족 사칭 발생에 따른 처리 기준’이라는 공지를 띄워 “희생자 이름 삭제 신청 때 신청자 실명 확인한다. 유족 사칭 확인되면 신고 요망, 법적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알림 하단에는 메일을 보낼 수 있는 버튼이 있지만, 이를 클릭 하면 “악의적인 메일 발송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제로 운영된다. 로그인 후 이용해달라”는 안내가 뜨고, 이를 닫으면 ‘회원로그인 및 회원가입’ 창으로 전환된다.
민들레는 “최근 유족을 사칭해 명단과 이름 삭제를 요청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름 삭제를 요청하시는 분의 실명 확인이 되는 경우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절차를 까다롭게 한 이유를 적었다.
하지만 이는 애초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직면한 문제다.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 입장에서는 비극에 빠진 와중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까지 해결 하느라 회원가입을 하고 본인 인증을 하는 등의 애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유족 중 한명은 이날 명단 삭제 요청부터 쉽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고인의 친척인 A 씨는 “홈페이지에 (삭제) 안내나 이런 게 전혀 안돼 있었기 때문에 이메일(버튼)을 열었더니 회원가입해서 로그인해서 이용을 해달라(한다)”며 “인터넷에 이름이 떠도는 거 자체를 (고인의) 엄마, 아빠가 전혀 원하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 짓고 싶은데 철저하게 짓이겨졌다”고 한 매체에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를 ‘2차 가해’로 규정하며, 지금이라도 당장 명단을 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사망한 SPC계열사 청년 노동자의 실명이나 영정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전 국민들이 함께 슬퍼했다”며 “꼭 명단이 공개돼야 우리가 깊은 애도를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민들레는 이날 공지문에서도 ‘이름을 공개한 것은 진정한 애도와 추모를 위해서”라고 거듭 주장하며 익명 처리 사망자 유족에 대한 사과 문구는 넣지 않았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