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민주당에서는 ‘호러쇼’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방송사에서는 보도 대신 예능쇼를 편성하는가 하면 그를 ‘플로리다 은퇴자’로 격하해 표현한 언론도 있을 정도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일 밤 출마를 선언했을 때 미 3대 방송사는 연설을 생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ABC는 리얼리티쇼 ‘천국의 독신남(Bachelor in Paradise)’, NBC는 공상과학 드라마 ‘라 브레아(La Brea)’, CBS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관련 쇼를 편성표 대로 내보냈다.
케이블에서는 보수성향의 보도전문채널 폭스채널에서는 연설 대부분을 생중계했지만 전부를 보도하진 않았다. 폭스의 연설 진행은 디샌티스가 공화당 기수로 취임하는 것에 명확한 선호를 표명했다고 WP는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비공식적으로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폭스채널 진행자 숀 해니티마저 “트럼프가 차기 대선출마를 너무 일찍 발표해 표를 다 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주 디샌티스를 더 선호하는 보도를 했다. 뉴욕포스트는 타블로이드 표지에 디샌티스를 ‘DeFUTURE(디샌티스와 미래를 합친 말)’라고 표현했다.
게다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출마 선언을 1면이 아닌 26면에 배치한 것도 모자라 1면 하단에 “플로리다 남자가 연설한다”는 한줄 짜리 예고로 표현했다. 즉 그를 ‘트럼프’나 ‘전 대통령’이 아닌 플로리다 시민으로 평범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의 대선 출마를 폄하한 것이다. 본문에서도 “플로리다의 한 은퇴자가 대선에 출마한다는 깜짝 선언을 했다”고 비꼬았다. WSJ은 “트럼프는 공화당의 가장 큰 패배자”라고 비판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 의장은 트위터에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실패했다. 그것이 2020년 선거에서 진 이유이자 앞으로 패배하게 될 이유”라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의 출마에) 대한 공화당의 반응을 기대한 사람들은 이번 침묵에 놀랐을 수 있다”며 “(공화당 내) 경선 진출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은 분명하다. 이를 (소셜미디어 등에서) 따라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