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이 집으로 오라고 해” “비겁이라는 단어 숨어서 쓰지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돈을 건네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피해 계단으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형제라 생각해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행동했다는 설명이다.
유 전 본부장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차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엘리베이터에는 상식적으로 CCTV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사람(정진상) 좀 배려하는 입장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5층까지 걸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베이터는 몇 층으로 가는지 나오는 반면 계단은 몇 층으로 가는지는 최소한 안 나오니까, 그때는 형제들이고 그러니까, 어쨌든 좀 보호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이) 집으로 오라고 했으니까 집으로 간 거다. 내가 뭐 갑자기 찾아갈 수는 없잖냐”며 “제가 그 아파트에 사는 것은 아니니까 계단 CCTV가 어디에 있고 이런 것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재판하면서 피고인들간에 다 빠져나가려 하고, 이렇게 하니까 이게 도대체 뭐지 뭐가 맞는 거야 헷갈릴 수 있어서 아예 제가 확실하게 어떻게 된 일인지를 소상히 밝히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겁하게 혼자 빠져나가려 자백한다’는 야권의 공격에는 “제가 빠져나가려 그런다는데 자백하는 사람이 왜 빠져나가겠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설명하고 죄가 되면 받겠다”고 했다.
‘정 실장이 직접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냐?’는 질문에는 “재판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우리나라가 그렇게 허술한 나라는 아니잖은가. 옛날에 무슨 군사정권 시절 때도 아니고”라며 “물론 잡음도 있고, 억울한 점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들은 그분들도 밝혀야 되고 비겁이라는 단어를 숨어서 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지난 15일 비공개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다음 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실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 정 실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