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 연회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운데)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비공개 대화 내용이 유출됐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발리=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비공개 대화 내용이 유출됐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시 주석이 다른 나라 정상 면전에서 항의하는 장면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16일(현지시간) CNN·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 연회에서 시 주석은 트뤼도 총리와 만나 1분간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트뤼도 총리에게 전날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언론에 공개된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상호 존중하는 태도로 논의를 진행하려면 진정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뤼도 총리는 통역사가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자마자 말을 끊고 “캐나다는 자유롭고 공개적이며 솔직한 대화를 지지한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중국과 함께 건설적으로 각종 현안을 논의하길 기대하지만, 우리가 서로 동의하지 않는 일도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답변을 들은 시 주석은 굳은 얼굴로 “우선 (대화의) 여건을 만들자”고 말했다. 이어 트뤼도 총리와 짧게 악수하고 자리를 떴다. 트뤼도 총리 역시 다급히 연회장을 나갔다. 영국 가디언은 “트뤼도 총리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앞서 두 사람은 전날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약 10분간 약식 회동을 했다. 이후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언론에 “트뤼도 총리가 중국의 점점 더 공격적인 ‘간섭 활동’에 대해 시 주석에게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달 초 캐나다 언론이 “중국이 2019년 캐나다 선거에서 친중 후보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입했다”고 보도하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했다. 캐나다는 중국을 비판하고 있으며, 중국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