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공장 전경. 마나사스=AP 뉴시스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20% 감산 계획을 밝히며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음을 경고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은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감원을 시작했고,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마트 타깃도 4분기 실적 감소를 예고했다.
16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이 자사 회계연도 2023년 생산량을 올해 6~8월 대비 20% 줄인다고 밝혔다. 웨이퍼 투입량을 줄여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폰, 컴퓨터가 잘 안 팔려 재고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마이크론이 감산을 예고함에 따라 반도체 시장의 위기감이 커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6.7%) 엔비디아(-4.5%), 퀄컴(-4.20%) 등 미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
미국 소비의 바로미터인 아마존, 타깃 등 대형 유통업체도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창사이래 최대 감원을 앞두고 있는 아마존의 디바이스 부문 책임자 데이브 림프는 팀원들에게 보내는 노트에 “해고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실업급여 등을 잘 챙기겠다고 전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가 감원 규모나 기준, 배경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자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 내부 통신망에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 오가며 직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하며 “경영진에 대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1만1000명 감원을 단행하며 최소한 직원들에게 사과 편지를 보낸 것과 비교된다는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이 약 1만 명 규모의 감원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 임직원 수는 160만 명이지만 상당수가 물류창고 소속이라 경영직군의 감원 파장이 특히 클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 비관론이 확산되자 이날 뉴욕증시 3대지수는 모두 하락세로 마감했고, 오름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다시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33달러(1.53%) 하락한 배럴당 85.59달러에 거래를 마쳤 최근 3주간 가장 낮은 가격을 보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