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미사일 폭발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내재한 잠재적인 3차 세계대전 위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의성이 없는 우발적인 실수라 하더라도 자칫 오판할 경우 순식간에 러시아와 서방 간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과 접한 폴란드 국경 지역 마을 프셰보도프 농장에 날아든 포탄은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초기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긴장감은 주요 20개국(G20)이 진행 중이던 인도네시아 발리까지 잠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마침 발리에 함께 했던 G7 정상들과 긴급 원탁 회의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그 즈음 예정돼 있던 G20 일정들이 순연되기도 했다.
다만 폴란드는 ‘러시아제 미사일’을 확인하면서도 배후를 특정하지 않고 침착함을 촉구했다. 나토도 “사실 관계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고 했고, 미국도 신중함으로 유지했다. 그러다 “궤도상 러시아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긴장이 고조되던 것이 다소 진정되는 듯 했다. 이어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려던 우크라이나 미사일일 수 있다는 미 당국자들의 전언이 나오면서 긴장이 한층 누그러졌다.
이후 나토, 폴란드,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오발로 잠정 결론 냈다. 일촉즉발의 확전 상황까지 갈 수 있었지만, 발 빠른 진화 노력으로 그나마 3차 세계대전 위기는 일단 모면했다. 다만 여전히 전쟁은 9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당장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16일자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 나토의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NYT는 “하나는 길고 치열한 지상군 전투와 영공을 날아드는 미사일과 포탄이 더 큰 사고와 사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고, “더 위험해 보이는 두 번째는 러시아가 핵 무기를 사용할 경우 대서양 횡단 동맹을 분열시키고 민간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등 군사·정치적으로 어느 정도의 이점을 누릴 것이라고 계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로즈마리 디카를로 유엔 사무차장도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폴란드에서 발생한 사건은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방지해야 할 절대적인 필요성을 무섭게 일깨워줬다”면서 “전쟁이 계속되는 한 잠재적인 파국 위험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미 관료 출신의 유럽외교위원회 제러미 샤피로 연구 책임자는 “긴장 고조에 대한 불안감을 매우 현실적”이라며 “미국 정부는 이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우발적인 것보다 의도적인 긴장 고조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패배나 생존을 두려워하고 군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변화를 일으킨다면 서방 결의를 약화하기 위해 핵 무기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루노 테르트레 프랑스 전략연구재단 부소장은 “폴란드 상공에서 러시아 미사일이 나토 항공기를 격추하더라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이것이 19세기 프로이센 전쟁 장군이자 이론가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마찰’(‘friction)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은 누적된다”고 지적했다.
테르트레 부소장은 다만 러시아가 거친 수사에도 불구하고 냉정함을 유지했음을 인정하면서 “극단적인 수준으로의 긴장 고조는 여전히 위험이 낮다”고 진단했다.
독일 의회 의원이자 외교 전문가인 노르베르트 뢰트겐은 미국과 폴란드의 대응이 비교적 냉철했다고 평가하고 푸틴 대통령도 지금까지 나토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고 상기하면서 “긴장 고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뢰트겐 의원은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을 궁지에 몰 경우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지나치게 경계해선 안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전쟁범죄로 변질된 이 전쟁에서 보상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