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부모님의 응원을 받고 있다. 뉴시스
“아는 건 다 맞고. 모르는 게 나와도 잘 찍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7일 아침 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 앞. 김미라 씨(48·서울 관악구)는 시험장에 들어가는 딸 정한나 씨(19)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다. 김 씨는 “재수생 딸이 긴장한 모습을 보여 걱정이 돼 기도했다”며 “아침에 준비한 따뜻한 전복죽을 먹고 긴장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전국 수험생과 그 가족들의 가슴에 기대와 긴장이 맴도는 가운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 중 세 번째 수능 시험이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후배들의 단체응원은 사라졌지만 교문 앞에서는 함께 온 가족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부모들은 자녀가 시험장으로 들어간 뒤에도 초조한 눈빛으로 학교를 바라보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시험장에 들어간 딸과 통화를 마치고도 교문 앞을 서성이던 허유리 씨(47·서울 노원구)는 “최근 이사한 곳이 시험장과 멀다 보니 혹시나 늦을까 봐 6시 20분부터 집에서 나왔다”며 “딸이 코로나 때문에 3년 내내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 즐겼을 텐데, 그동안 노력해온 결실이라도 잘 거두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전국 각지에서 시험 도중 수험생이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이송되거나 응급조치를 받는 사례가 잇따랐다. 경기 성남시의 한 고사장에서는 한 수험생이 구토와 함께 실신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남 순천시에서는 한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향하던 중 학교 앞에서 승용차와 부딪혀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수험생 지원에 나선 경찰이 경찰차로 수험생을 태워다주거나, 수험표를 찾아다 주는 등 전국적으로 245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 종료 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교통경찰을 배치해 사고를 예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