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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입원실에 마련된 시험장…난치병 여고생의 수능 도전

입력 | 2022-11-17 15:50:00

희귀난치병을 앓는 여고생 A 양이 고신대병원 병실에서 수능을 공부하고 있다. 고신대병원 제공


희귀난치병을 앓는 한 여고생이 대학병원 입원실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도전했다.

17일 고신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이날 부산 서구 고신대병원 6층 병동 입원실에 한 명의 학생을 위한 고사장이 마련됐다. 교육 당국과 병원이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A 양을 배려해 만든 시험장이다.

A 양은 오전 8시경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해당 고사장에 입실했다. 부산교육청은 감독관 2명과 경찰관 2명, 장학사 1명을 파견해 시험 관리에 나섰다.

A 양은 3세 때 ‘장쇄 수산화 탈수소효소 결핍증’을 진단받았다.

이 병은 몸속 지방을 에너지로 만드는 효소가 없어 근육에 저장된 단기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면 칼에 베이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갑작스럽게 사망하거나 뇌 손상을 입을 수 있다.

A 양은 수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의 부모와 병원 측은 안전한 상황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교육 당국에 요청해 입원실 시험을 허락받았다.

수능처럼 장시간 시험을 치를 경우 응급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병원 측은 시험 전 고농도 포도당 수액을 투입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마쳤다.

A 양을 병실 고사장으로 보낸 어머니는 시험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기도할 예정이다. 어머니는 “딸이 시험을 앞두고 긴장은 했지만, 어젯밤에 잘 잤고 아침 식사도 먹어야 할 만큼 먹는 등 컨디션이 좋았다”며 “병원 교수님께서 응원 손 편지도 써주시고 잇따라 방문해 격려해주셔서 딸이 힘을 많이 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아이도 보내기 힘든 학교생활 12년을 보냈다.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대견하고 기특하다”며 “딸에게 ‘너에게는 너만의 속도가 있고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말을 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이 수능을 치를 수 있게 배려해주신 병원 측과 교육 당국, 부경고등학교 선생님들, 응원해 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인사를 꼭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