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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만 2명 뒷바라지…“최고 아들 정후, 내가 더 고마워”

입력 | 2022-11-17 17:46:00


“최고의 아들이죠.”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의 어머니 정연희 씨가 정상에 선 아들에 활짝 웃음지었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쏠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프로야구 출입기자단 투표에서 유효 투표수 107표 중 104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타율(0.349)과 타점(113개), 안타(193개), 출루율(0.421), 장타율(0.575) 등 5개 부문을 석권한 이정후는 생애 첫 MVP까지 차지하며 자신의 최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대를 이은 MVP다.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는 1994년 해태 타이거즈 소속으로 MVP를 수상했다. 이정후가 MVP를 타며 역대 최초 부자 MVP가 탄생했다.

이정후는 “항상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시고, 저와 아버지를 뒷바라지하느라 고생이 많으신 어머니”를 언급하며 “MVP를 타면서 자그마한 효도를 한 것 같다. 어머니에게 가장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장을 찾은 어머니 정연희씨는 벅찬 감동에 눈물 짓기도 했다.

정 씨는 “늘 시즌을 시작할 때 부상 없이 끝내기만 바라고, 상은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 정말 잘해줘서 감사하다. 내가 더 감사하다”며 아들의 수상에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최고의 선수 이전에 최고의 아들이다. 이정후는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로 자주 어머니의 음식을 꼽는다.

정 씨는 “아들이 항상 돼지등갈비찜과 멸치볶음 이야기를 한다. 저에게는 최고의 아들이다. 요즘 누가 밖에 나가서 엄마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겠나”라며 웃음지었다.

어느덧 훌쩍 큰 아들은 이제 가장 든든한 존재가 됐다. 정 씨는 “더 성숙해지고, 표현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늘 고맙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가족에게 정 씨는 가장 부러운 인물이기도 하다. 남편 이 코치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출신이고, 아들 이정후는 아버지 못지 않은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야구 선수 두 명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정 씨의 마음은 조금 다르다.

정 씨는 “어렸을 때는 정후가 아빠 때문에 힘들었고, 지금은 정후 때문에 아빠가 힘든 부분이 있다. 다 부러워하는데 조금 안쓰럽다”며 이 코치의 이야기를 하다 눈물 흘리기도 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가 되어준 남편과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남편은 (야구선수로) 다 만들어진 상태에서 만났고, 정후는 어릴 때부터 아빠 이름을 어깨에 얹고 시작했다. 참 안쓰러웠다”고 떠올린 뒤 “아들이 참 의젓하다. 요즘엔 내가 많이 기댄다”며 고마워했다.
KBO리그를 평정한 이정후는 이제 해외 진출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시스템 자격을 얻는다.

정씨는 “남편과는 준비 없이 해외에 갔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도 약간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정후는 일년 앞으로 다가왔으니 준비를 잘하고 갔으면 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아빠가 못한 것도 이루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루는데 엄마랑 아빠가 많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보탰다.

사위에 대한 사랑도 각별하다.

정 씨의 딸이자 이정후의 여동생인 이가현 씨는 내년 1월 LG 트윈스 고우석과 결혼식을 올린다.

프로야구 레전드 이 코치와 KBO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 최고 투수 고우석이 한 가족이 되면서 더 뜨거운 관심도 쏠렸다.

정 씨는 “아들보다 우리 사위가 애교가 더 많다. 말도 더 예쁘게 한다”며 “너무 예쁜 사위다. 정후가 빨리 결혼시키라고 했다. 평생 살면서 가장 큰 의지가 되는 형제가 생긴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세이브왕을 수상한 고우석은 무대에 올라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데, 가족 중에 아마 야구를 가장 못하는 선수가 될 거 같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사람에선 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정 씨는 사위 고우석을 고운 눈길로 바라보며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이가 저희 집에 왔는지, 요즘엔 그게 제일 감사하다. 참 착하다. 인터뷰도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미소지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