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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 아니어도’ 수험생 쏟아져 나오자 ‘박수’

입력 | 2022-11-17 18:22:00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전북 전주시 한일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한 수험생이 마중을 나온 어머니와 포옹을 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고생 많았다고, 그냥 무조건 애썼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2023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7일 오후 4시30분께 전북 전주지구 11시험장인 전주한일고등학교 정문 앞. 학교 일대는 수험생을 기다리는 이들로 가득했다. 부모들은 까치발을 서고 교문 안쪽을 기웃거렸다.

수험생 어머니 최모씨(50대)는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했을 딸 아이를 보면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며 “다른 어떤 말보다 ‘수고했어’라는 말을 제일 먼저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5시 정각이 되자 굳게 닫혀있었던 정문이 열리고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험장 밖을 나온 수험생들의 발걸음은 홀가분한 표정만큼이나 한결 가벼운 모습이었다.

한 부모는 몇시간만에 만난 딸을 반갑게 맞더니 꼭 끌어 안았다. 회포를 풀고 난 뒤에는 아버지는 딸의 가방을 들고, 어머니는 딸의 손을 잡고 자리를 벗어났다.

수험생 신모양은 “모의고사라는 생각으로 시험문제 푸는데 집중했다. 다른 과목들은 모르겠지만 탐구과목이 어려웠다”며 “시험이 끝났으니까 오늘은 다른 생각 안하고 오늘은 푹 쉬어야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수험생도 있는 반면, 홀로 조용히 자리를 떠나는 수험생도 있었다.

황모양은 “작년에 언니가 수능시험을 봤다. 끝나고 마중을 나갔는데 막히는 것을 알기에 가족들에게 집에서 보자고 했다”며 “방금 어머니랑 통화를 마쳤는데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놓으셨다고 했다. 가족이랑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전북 전주시 한일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2022.11.17/뉴스1

이날 오후 5시께 전북 전주지구 19시험장인 전주양현고등학교 정문 앞도 비슷했다. 두 손을 모은 부모들 얼굴엔 긴장이 역력했다. 한 손에 꽃다발을 손에 쥔 여성은 다른 한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하나 둘씩 수험생들이 걸어나오자, 마중을 나온 군중 속에서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한 아버지가 아들의 모습을 보고 달려가더니 서로 부둥켜 안는 모습도 보였다.

부모들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꼭 끌어안으며 “고생했어. 너무 애썼어.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라고 말을 건넸다.

올해 수험생인 고3 재학 수험생의 경우 1학년때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채 3년을 공부한 이른바 ‘마스크 수험생’들이다. 부모들 역시 이 점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한 학부모는 “올해 고3 애들이 학사 일정도 그렇고 유독 코로나 피해를 참 많이 본 것 같다”며 “기관지가 약한 아들이 마스크 쓰고 호흡하는걸 힘들어하는데 시험장에서 괜찮았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아들을 기다리던 아버지 김수흥씨는 “아침에 데려다주는데 아들이 그동안 키워주시느라 고생 많았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어린애인 줄로만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컸구나 하는 생각에 뭉클했다”며 “긴장하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니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잡혔다”고 말했다.

시험을 보고 나온 재수생 이모군은 “다른 과목들은 지난해보다 쉬웠던 것 같은데 영어가 좀 어려워서 중간에 집에 가고싶은 심정이었다”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마음 편하게 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