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지나야 다른 입출금통장 개설 고금리 상품 갈아타기 실패 일쑤 “대포통장-보이스피싱 방지 목적” 비대면 통장, 이체 제한도 걸림돌
지난달 말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마친 이모 씨(25)는 그동안 모은 월급 1000만 원을 ‘예테크’(예·적금+재테크)로 불릴 계획을 세웠다. 이달 초 저축은행을 찾아 연 6%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에 500만 원을 넣었다.
이어 지난주 연 이자 7%의 신협 특판 예금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허탕을 쳤다. 한 금융사에서 입출금통장을 개설하면 20영업일이 지나야 다른 금융사에서 새 통장을 만들 수 있는 ‘단기간 다수 계좌 개설 제한’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 씨는 “고금리 상품이 출시돼도 신규 통장을 개설하지 못해 눈앞에서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최근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금융권의 통장 개설 규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예테크족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 “한도 제한 풀어달라” 불만 잇따라
제한 대상이 되는 건 수시입출금통장이지만 예·적금에 가입하려면 금융사마다 입출금통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예·적금 가입의 걸림돌이 된다. 은행 예금에 신규 가입했다면 20영업일(약 한 달)을 기다렸다가 저축은행 상품에 새로 가입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저축은행 상품은 저축은행중앙회의 ‘SB플러스톡톡’ 애플리케이션의 전용 계좌를 이용하면 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20영업일 내 여러 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예테크족의 불만이 높은 또 다른 규제는 ‘한도제한계좌’다.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한도제한계좌 때문에 돈이 묶여 있어 특판을 출시한 은행으로 송금을 못 하고 있다” “당장 한도를 풀 방법을 알려 달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비대면으로 입출금통장을 개설했을 때 계좌이체와 출금 한도를 제한하는 조치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는 하루 30만∼100만 원, 영업점 창구 출금은 100만 원으로 제한된다. 한도를 해제하려면 영업점을 방문해 급여 이체, 연금 수급, 카드대금 결제 등의 목적을 증빙해야 한다.
○ ‘금리 노마드족’ 늘면서 중도 해지도 급증
은행과 달리 대다수 저축은행은 주말 예금 해지를 막아 놔 불편을 겪는 사례도 많다. 직장인 김모 씨(32)도 지난 주말 고금리 예금으로 갈아타기 위해 기존 저축은행 상품을 해지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김 씨는 “주말이 지나고 금리가 다시 떨어질까 봐 불안했다”고 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