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홈플러스 등 ‘최저가격제’, 2개월만에 중단하거나 흐지부지 매장 납품단가 낮추는데 한계… “온라인과 가격경쟁 사실상 불가능”
올여름 고물가 상황 속에 경쟁적으로 ‘업계 최저가’를 내세웠던 대형마트들이 최근 소리 소문 없이 매장 내 관련 현수막과 팸플릿을 치웠다. “10원 단위를 두고 겨룬다”는 의미에서 마트업계 ‘10원 전쟁’이라고도 불렸던 최저가 경쟁이 싱겁게 막을 내린 것. 2010년만 해도 큰 관심을 모았던 10원 전쟁이 용두사미로 끝난 건 온라인 등으로 유통 채널이 포화 상태가 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3개월 만에 자취 감춘 최저가 정책
올해 7월 이마트는 계란 쌀 우유 휴지 등 40대 생필품을 쿠팡, 홈플러스, 롯데마트보다 싸게 판매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홈플러스도 50대 상품을 마트 3사 최저가에 파는 ‘AI 최저가격제’와 1000개 상품에 대해선 더 비싸게 사면 차액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최저가 보상제’ 등을 도입하며 맞불을 놨다. 롯데마트는 별도의 물가 관리팀을 만들고 생필품 500종의 가격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이마트는 40대 품목에 대한 상시 최저가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홈플러스는 AI 최저가격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 단위로 가격을 조정해 온라인몰이나 타사에서 가격 인하 시 실시간 대응이 어렵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정책은 업체로서도 가격 비교를 위한 인력과 시스템을 상시 두는 게 부담스러워 지속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통 채널이 다양화하면서 납품업체로서도 대형마트 외 대안 채널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농심의 올해 3분기(7∼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판매처 비중은 대형마트·슈퍼체인·편의점이 47.3%로 가장 크다. 하지만 6.0%에 불과했던 온라인 전자상거래 비중이 2년 만에 10.3%로 불어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 “시대착오적 마케팅의 한계” 지적
결국 올여름 10원 전쟁은 이커머스에 빼앗긴 소비자를 대형마트로 다시 유입시키기 위한 마케팅 구호일 뿐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원 전쟁은 온라인 성장세에 대한 마케팅 차원의 대응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실제 효과가 있는 전략인지에 대해선 당시에도 회의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저가 경쟁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이후로도 가격에 초점을 둔 마케팅이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제2, 제3의 ‘10원 전쟁’ 역시 조기 종영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온라인은 매순간, 매초마다 가격을 변경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상시 가격으로 최저가를 감당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대형마트에서 쇼핑할 때도 모바일을 켜서 가격 확인을 하는 시대에 걸맞지 않는 정책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