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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전 명도 절차 쉬운지 따져봐야[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입력 | 2022-11-18 03:00:00

보증금 배당 못 받는 임차인이나 빚 많은 소유자 점유땐 명도 난항
인도명령신청하면 강제집행권 생겨 원만 합의 위해 이사비 지급 고려를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주택이나 상가를 경매로 취득하고자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게 바로 명도다. 명도란 경매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소유자나 세입자로부터 목적물을 인도받는 일이다. 아무리 시세보다 낮게 낙찰받아도 기존 점유자를 내보내지 않는 한 매매나 임대와 같은 온전한 권리행사가 어렵다. 따라서 명도까지 마무리해야만 경매의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가 수천만 원 또는 그 이상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이라면 부동산을 자발적으로 비워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를 해결해야 하는 낙찰자는 명도 절차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내보내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속한 해결이 중요하다.

첫째, 경매 입찰 전 부동산 점유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명도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경매 물건을 고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임차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을 수 있는 세입자가 있거나, 보증금 중 일부만 배당받을 수 있더라도 경매 진행과정 동안 월세를 지급하지 않아 특별한 손해가 없는 세입자가 점유하고 있다면 명도에 대한 합의가 상대적으로 쉽다.

세입자가 법원으로부터 보증금을 배당받기 위해서는 낙찰자가 작성해준 명도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부동산 점유를 이전했다는 내용이 담긴 명도확인서를 낙찰자가 작성해줘야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으므로 이사에 대한 합의가 비교적 쉬운 것이다.

반대로 임차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 또는 채무가 과다한 소유자가 점유하고 있을 경우에는 합의가 까다로울 수 있다. 명도 과정이 부담스럽다면 권리분석을 통해 이런 경매 물건을 선별하는 것이 좋다.

둘째, 점유자를 상대로 인도명령신청을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낙찰자는 점유자를 상대로 명도소송보다 간편한 인도명령신청을 통해 명도 판결문과 같은 강제집행 권원을 얻을 수 있다. 인도명령신청은 낙찰자가 법원에 신청하면 보다 빠르게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한 절차다. 채무자나 소유자, 대항력 없는 세입자 등 점유권이 없는 자는 모두 인도명령결정 대상이 된다.

이 결정문에는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해당 부동산을 인도하라’는 내용이 점유자에게 송달되고, 낙찰자는 이 결정문을 바탕으로 추후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대금을 납부한 후 6개월 이내에 인도명령신청을 해야 하고, 만약 이 기간을 경과하게 되면 명도소송 절차를 거쳐야만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셋째, 원만한 합의를 위해서 최소한의 이사비용 지급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위에서 말한 대로 점유자와 명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낙찰자는 강제집행을 통해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인건비와 운반비, 물품 보관비 등 강제집행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비용을 다시 점유자로부터 받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강제집행 시 지출되는 금액 범위 안에서 이사비용 명목으로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도 현명한 대처다.

강제집행 비용은 부동산 면적이나 층수, 내부의 짐 수량에 따라 다르다. 통상 전용면적 84m²대 아파트 기준으로 강제집행 시 소요되는 인력은 약 10명이다. 이들의 인건비와 운반 비, 보관비 등을 감안하면 30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든다는 점을 참고해두면 좋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