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계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글로벌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FTX를 세운 샘 뱅크먼프리드(30·사진)입니다.
그는 2021년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부자 중 가장 젊은 부자였습니다. 하지만 11일 500억 달러(약 66조20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뱅크먼프리드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마구 뛰어오르던 2017년, 가상자산 투자회사 알라메다리서치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2019년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FTX를 만들어 자체 코인 FTT를 발행했습니다.
아시아 최대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테마섹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반년 전까지 세계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불러 화려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아마 겉으로만 보면 최근까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사업가 중 하나가 뱅크먼프리드였을 겁니다.
여기에는 뱅크먼프리드 자신이 가진 젊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회사 홍보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 전략도 한몫 했습니다. 그는 공식 행사에서도 회사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헐렁한 반바지를 즐겨 입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많은 대정부 로비와 쓸데없는 광고비 지출, 불필요한 비용 증가 등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특히 뱅크먼프리드가 코인업계 1위이자 경쟁 업체인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와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킨 것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낸스의 CEO인 자오창펑이 7일 공개적으로 FTX가 발행한 토큰 FTT를 처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폭락으로 이어졌습니다.
FTX의 급속한 몰락은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낀 먹구름으로 보입니다. 지난여름 또 다른 가상자산 ‘테라 루나’가 전 세계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거나 거래 중지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이번엔 FTX가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