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임한 리시 수낵 영국 신임 정부가 17일 550억 파운드(약 88조 11억 원) 규모 증세와 지출 삭감을 포함한 긴축 예산을 발표했다.
지난 9월 취임해 44일 만에 내려온 리즈 트러스 전 정부가 실시했던 감세 일변도의 재정정책과는 정반대 기조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이 이미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면서도 새 정책이 침체를 악화시키기보다는 완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영국에 새 긴축 시대가 열렸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영국, 이미 경기침체 빠져 있다”
로이터 통신과 AFP·BBC 등에 따르면 헌트 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 “예산책임청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영국이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통계청(ONS)이 전날(16일) 밝힌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1%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문가 예상치 10.7%를 상회한 수준이다.
앞서 올해 9월 취임 후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그 후폭풍으로 사임에 이른 트러스 정부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다만 국민건강서비스(NHS) 등의 일부 복지 지출은 늘리기로 했다.
◇BP·쉘 등 거대 에너지 기업 ‘횡재세’ 적용
이번 증세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익이 급증한 석유·가스 대기업에 대한 횡재세 적용 방침이다.
브리시페트롤(BP)과 쉘 등 횡재세 적용을 받는 거대 에너지 기업들은 3년간 이익의 35%를 세금으로 내야 하며, 이후 25%로 세율을 줄여 2028년까지 추가로 3년간 제도를 연장한다.
아울러 발전 기업들도 임시분담금 명목의 세금이 새로 편성됐다.
이 같은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은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헌트 장관은 “침체가 오히려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례 없는 글로벌 역풍으로 가계와 연금수급자, 기업, 교사, 간호사 등 각계가 미래를 걱정한다”며 “이제 생계비 위기 극복과 경제 재건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