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감세안 8주만에 뒤집어 발전사 초과이익 45% 횡재세 부과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 총체적 경제 위기에 직면한 영국이 약 550억 파운드(약 88조 원) 규모의 증세 및 정부 지출 긴축 계획을 17일 내놨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50년 만의 최대 규모 감세안을 발표해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국채 금리 급등 등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던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정책을 불과 발표 8주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날 BBC 등 영국 언론은 리시 수낵(사진) 내각이 첫 예산 정책으로 정부 지출을 약 300억 파운드(약 48조 원) 줄이고 약 240억 파운드(약 38조 원) 증세 등을 통해 재정을 충당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이날 “영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갔다”고 인정했다. 내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증세안 가운데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 소득 기준은 15만 파운드(약 2억4000만 원)에서 12만5000파운드(약 2억 원)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이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최근 원자재 값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이 내는 ‘횡재세(windfall tax)’도 발전사는 초과이익분의 45%가 신규 부과되고, 전기·가스사의 경우 세율이 25%에서 35%로 상향된다.
정부가 고강도 긴축에 나선 것은 그만큼 영국 경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통계청(ONS)은 16일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1%로 1981년 10월 이후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이는 9월(10.1%)보다 1%포인트 오른 것이다. 3분기(7∼9월) GDP도 직전 분기 대비 0.2% 감소해 2분기(4∼6월·―0.1%)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 기술적인 침체기에 들어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