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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경기침체 진입”… 지출 48조원 줄이고 38조 증세

입력 | 2022-11-18 03:00:00

트러스 감세안 8주만에 뒤집어
발전사 초과이익 45% 횡재세 부과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 총체적 경제 위기에 직면한 영국이 약 550억 파운드(약 88조 원) 규모의 증세 및 정부 지출 긴축 계획을 17일 내놨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50년 만의 최대 규모 감세안을 발표해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국채 금리 급등 등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던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정책을 불과 발표 8주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날 BBC 등 영국 언론은 리시 수낵(사진) 내각이 첫 예산 정책으로 정부 지출을 약 300억 파운드(약 48조 원) 줄이고 약 240억 파운드(약 38조 원) 증세 등을 통해 재정을 충당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이날 “영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갔다”고 인정했다. 내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증세안 가운데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 소득 기준은 15만 파운드(약 2억4000만 원)에서 12만5000파운드(약 2억 원)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이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최근 원자재 값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이 내는 ‘횡재세(windfall tax)’도 발전사는 초과이익분의 45%가 신규 부과되고, 전기·가스사의 경우 세율이 25%에서 35%로 상향된다.

정부 지출 가운데 서민 관련 예산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물가 상승에도 의료 예산은 실질적으로 증가한다. 에너지 비용 지원 제도는 유지되지만 지원 규모는 내년 4월부터 줄어든다. 연령에 따라 차등화된 최저임금인 ‘국가생활임금’은 현재 시간당 9.50파운드(약 1만5000원)에서 10.42파운드(약 1만6000원)로 인상된다.

정부가 고강도 긴축에 나선 것은 그만큼 영국 경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통계청(ONS)은 16일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1%로 1981년 10월 이후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이는 9월(10.1%)보다 1%포인트 오른 것이다. 3분기(7∼9월) GDP도 직전 분기 대비 0.2% 감소해 2분기(4∼6월·―0.1%)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 기술적인 침체기에 들어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