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나란히 붉은 계단을 올라, 황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부서가 갈렸지요.
새벽이면 황실 의장대 따라 들어와, 저녁엔 황궁의 향내를 묻힌 채 돌아왔고요.
백발 되니 낙화에도 서글퍼지고, 푸른 구름 아득히 나는 새가 부럽기만 합니다.
(聯步趨丹陛, 分曹限紫微. 曉隨天仗入, 暮惹御香歸. 白髮悲花落, 靑雲羨鳥飛. 聖朝無闕事, 自覺諫書稀.)
―‘문하성 좌습유 두보에게(기좌성두습유·寄左省杜拾遺)’ 잠삼(岑參·약 718∼770)
두보와 같은 시기에 간관(諫官)을 지낸 시인. 둘은 나란히 황궁의 붉은 계단으로 올라와 각기 중서성(中書省)과 문하성(門下省)으로 흩어진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머무느라 황궁의 향내가 옷에 밸 정도다. 한데 제 소임을 다했는지를 생각하면 스스로도 불만이다. 마흔도 안 된 나이지만 백발이 돋고 낙화를 보니 괜히 서글퍼진다. 하늘 높이 나는 새가 부럽게 느껴지는 것도 이 불만 때문이다. 왜 그럴까. 간언 상소가 이전보다 줄어서다. 정치가 혼탁한데도 간언이 외려 드물어진 게 도무지 못마땅하다. 간언이 자유롭지 않거나 간관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말이다. ‘태평한 조정이라 실책이 없어서일까요’라고 조심스레 동의를 구한 건 예닐곱 연장인 두보에 대한 예우이겠다.
이 시를 받아든 두보의 답시. ‘야들야들 버들가지는 푸르고요, 곱디고운 꽃부리는 붉기만 합니다. 그대 좋은 글귀 생기면 이 백발노인에게만 건네주세요.’(‘우보궐 잠삼이 보내온 시에 답하다’) 푸른 버들처럼 싱싱하고 붉은 꽃처럼 열정적인 그대가 낙화 운운하시다니요? 섣불리 나서서 미움 사지 말고 차라리 늙은 내가 간언하게 해주시오. 잠삼의 불만을 다독이는 두보의 동료 의식이 듬직하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