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뤼터 네덜란드 총리 양국 반도체 기업인들과 차담회 尹, 추가투자 요청하며 “규제 완화” 업계, 반도체 경쟁력 촉매제 기대
반도체가 미중 간 공급망 경쟁의 핵심 부문으로 떠오르면서 정상 간 외교도 달라지고 있다. 국가 정상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와 기업을 찾아 투자와 협력을 요청하는 글로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 양국 정상·기업 모두 “반도체 협력” 강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왼쪽부터) 등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상과 양국 반도체 기업인의 차담회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의 추가 투자 요청은 대만 등 경쟁국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공급해 ‘슈퍼 을’로 불리는 회사다. EUV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등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로, 대당 최소 2000억 원이 넘는다. 생산 대수가 적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간 ‘장비 쟁탈전’도 치열하다. EUV 공급 확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과 벌이는 첨단 반도체 패권 전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양국 간 논의가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EUV의 한국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ASML이 화성에서 생산하는 EUV 장비가 대만 TSMC 등 경쟁 기업에 갈지,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 갈지가 향후 한국 반도체 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 해외 정상, 잇따라 ‘K반도체’ 협력 강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1라인(P1)을 둘러봤다. 스페인 총리가 국내 삼성전자 사업장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평택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 5월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곳을 찾아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을 남기며 반도체 동맹을 강조한 바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