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에너지-철도-바이오 등 26개 사업 추진… 사우디 “한국과 윈윈”

입력 | 2022-11-18 03:00:00

[韓-사우디 경제협력]
투자계약-MOU 동시다발 체결… 에너지 분야만 18조원 달해
네옴시티에 고속철 첫 해외수출… “그린기술-문화로 영역 더 넓혀야”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운데 왼쪽)가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정상회담 후 오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우디아라비아는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한국과 사우디가 제2의 중동 붐을 이끌 것이다.”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2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만난 바드르 알 바드르 사우디 투자부 차관은 “이날 양국 공공기관과 기업이 체결한 투자계약 및 양해각서(MOU) 사업 규모가 290억 달러(약 38조8000억 원)에 달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바드르 차관은 “한국은 안정된 법체계와 우수한 대기업을 가진 믿을 수 있는 투자처”라며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에너지 분야 등에서 한국은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63개 사우디 기업이 참석한 가운데 에너지, 철도, 제약, 바이오, 환경기술 등 26개 사업에 걸쳐 투자계약 및 MOU가 동시다발로 체결됐다. 이 중 석유화학, 신재생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에너지 분야의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이 사우디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과 계약한 ‘샤힌 프로젝트’는 사업 규모가 약 9조2580억 원에 달한다. 국내 석유화학산업 사상 최대 규모로, 내년 초 착공해 2026년 준공 예정이다. 울산 일대에 해당 설비가 들어서면 연간 에틸렌 180만 t, 프로필렌 75만 t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한국전력 한국남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포스코와 함께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약 8조7000억 원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추진 MOU를 맺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친환경 수소다. 그린암모니아는 운송 안전을 위해 그린수소에 질소를 결합한 것이다.

사우디의 초대형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 사업에도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투자부와 3조6000억 원 규모의 철도사업 MOU를 맺었다. 네옴시티에 들어갈 철도(고속철, 전동철, 기관차)를 공급하는 계약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고속철을 해외에 납품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삼성물산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공법으로 임직원 숙소 1만 채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MOU를 PIF와 체결했다. 모듈러 공법은 구조물 및 건축 마감을 공장에서 끝낸 뒤 이를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코오롱글로벌은 국내 스마트팜 업체 올레팜과 함께 사우디 식품 제조·유통 회사인 파이드 인터내셔널 푸드 컴퍼니(FAIDH)와 MOU를 맺었다. 올레팜은 모듈형 스마트팜 기술과 더불어 국산 딸기 종자를 사우디에서 재배 생산 유통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또 한국벤처투자와 사우디 모태펀드 운영기관인 사우디벤처캐피털컴퍼니(SVC)는 벤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7개 특화 펀드를 공동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이번 프로젝트가 최근 미미했던 사우디의 대한(對韓) 투자 기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2017년 사우디의 한국 투자는 0건이었고,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2018년에도 5건(222억3000만 원)에 그쳤다. 사우디의 인프라 수준이 향상돼 관련 건설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은 “사우디도 환경이나 기후 이슈에 고민이 많다”며 “그린 테크놀로지나 문화산업 등으로 진출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우디의 경제 정책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