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사우디 경제협력] 이재용-최태원-정의선 등 참석 행사 몇 시간 전부터 삼엄한 경비 빈 살만, 천막-병풍으로 모습 가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오른쪽부터) 등이 차담회를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spanews 인스타그램
17일 오후 2시경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은 사우디아라비아 측 경호 인력과 취재진, 구경 인파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하루를 머문 호텔이다. 빈 살만 왕세자와 한국의 8개 그룹 총수들 간 차담회가 시작되기 서너 시간 전부터 호텔 앞은 삼엄한 경비 속에 긴장감이 흘렀다. 호텔 관계자와 사우디 경호 인력 수십 명이 일제히 주변 통제에 나섰다. 호텔 정문 앞 차량들을 모두 주차장으로 철수시키느라 주차장 입구 통로까지 차로 빽빽이 막혔고 투숙객들의 정문 출입도 차단됐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빈 살만 왕세자의 차량 행렬이 오후 3시경 도착했다. 가족과 함께 왕세자를 보러 나왔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하나 씨는 “빈 살만 왕세자는 아주 인기가 많지만 사우디에서도 보기 힘들다”며 “오늘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행운”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경호원들이 미리 쳐 놓은 천막과 병풍에 가려 왕세자 일행의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기업인들과 빈 살만 왕세자의 차담회는 오후 5시 20분부터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거나 추가 협업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인 만큼 현지 사업 현황과 미래 구상을 간단히 공유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관영 매체 에스피에이뉴스(spanews)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날 차담회 장면을 담은 사진이 게재됐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안쪽의 1인용 소파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왼편으로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의 순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다. 빈 살만 왕세자 뒤에는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사진이 눈에 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포함해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비전 2030’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의 첫 방한 당시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해 최태원, 정의선 회장 등 다른 5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별도 만찬을 갖기도 했다. 그해 9월에는 사우디로 건너가 빈 살만 왕세자와 재차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각각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수소 플랜트 분야, 미래 자동차 기술과 ‘네옴 철도’라 불리는 고속철 생산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