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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허락없이 슬리퍼 신어”…일가족 살해한 가장의 끔찍한 범행 전말

입력 | 2022-11-18 08:57:00

“내 인격은 3개다”…‘기억상실증, 다중인격장애’ 주장 모두 거짓





경기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 아내와 10대 두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 한 40대 가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김재혁)는 17일 살인 혐의로 A 씨(45)를 구속기소 했다.

A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10분경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42)와 중학생·초등학생인 두 아들(15, 10)을 둔기로 내려치고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2020년 6월 회사를 그만두고 별다른 소득없이 지냈던 A 씨는 아내와 잦은 언쟁을 벌였고 자녀들과도 소원하게 지냈다. 그러다 지난달 3일 첫째 아들이 자신의 슬리퍼를 허락없이 신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심한 폭언과 욕설을 했고, 이 때 평소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가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8년 전 기억을 상실했다가 최근에 기억을 되찾았다. 내 인격은 3개다”라며 ‘기억상실증’ ‘다중인격장애’ 등을 주장했지만,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결과 이는 모두 거짓으로 판정됐다.


A 씨는 사건 당일 오후 7시50분경 폐쇄회로(CC)TV가 있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1층으로 내려간 뒤, CCTV가 없는 1층 복도창문으로 다시 들어와 계단을 통해 자신의 거주지로 들어갔다. 이어 아내에게 “1층에 가방이 있으니 가져오라”고 말해 밖으로 내보낸 뒤, 첫째 아들을 먼저 살해하고 뒤이어 집으로 들어온 아내와 둘째 아들을 순차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원래 가족을 기절시킨 뒤 베란다 밖으로 던져 극단 선택으로 위장하려 했으나, 가족이 쉽게 기절하지 않자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범행 후 주거지 인근 PC방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뒤 “외출하고 오니 가족이 살해돼 있었다”며 119에 신고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