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최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39)도 그런 운동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전공의 시절부터 병원 헬스시설에 등록해 운동을 했지만 주 1회를 채우기도 어려웠다. 취미 삼아 달리기도 해봤지만 1년에 한 번 병원 직원들과 10km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게 전부였다.
그랬던 최 교수가 1년 1개월 전 ‘평생을 해도 될 것 같은’ 종목을 만났다. 바로 탁구였다. 지난해 여름 도쿄 올림픽 때 한국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의 경기가 계기가 됐다. TV 중계를 보는데 전기가 흐르는 듯한 쾌감을 느꼈단다. 최 교수는 “나이 어린 친구가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걸 보고 나도 탁구가 하고 싶어졌다”며 웃었다.
● 올림픽 경기 보고 반해 탁구 시작
사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탁구를 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그러니 기본기부터 배워야 했다. 최 교수는 월요일과 수요일, 주 2회 탁구장에 가서 레슨을 받았다. 가장 먼저 기본 동작인 포핸드 스트로크만 배웠다. 그 다음은 스텝을 배웠다. 기마 자세를 취한 후 탁구대 좌우를 신속하게 오가며 공을 넘겼다. 이 동작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백핸드 스트로크, 드라이브를 배웠다.
레슨은 보통 20분 정도 진행됐다. 처음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공을 넘기자마자 곧바로 다시 넘어왔다. 채 2분을 넘기지 못하고 헉헉댔다. 더 이상 못 서 있겠다 싶을 정도가 되면 20초 정도 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공을 쳤다.
이런 식의 레슨을 한 달 정도 받고 나서야 동호회 회원들과 공을 툭툭 치는 랠리를 하는 수준에 올랐다.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까지는 그 후로 한 달의 시간이 더 걸렸다.
최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3개월 전 탁구를 시작한 뒤 과체중과 고혈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최 교수는 매주 2회 집 근처에 있는 탁구장을 찾아 레슨을 받고 경기를 즐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탁구 부상 우려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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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에는 병원 직원들과 농구를 하다가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해 수술까지 해야 했다. 지금도 무리하게 팔을 쓰면 저림 증세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팔을 쓰는 근력 운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
탁구를 하면서는 이런 부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최 교수는 “탁구 또한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운동”이란 점을 인정했다. 실제로 최 교수 자신도 탁구를 무리하게 하다가 한때 무릎 통증이 생긴 적이 있다. 그 후로는 ‘무리하지 않기’를 운동 철칙으로 삼았단다.
그렇다면 탁구는 어떤 건강 효과가 있을까. 최 교수는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전신 운동”이라고 했다. 2, 3시간 동안 탁구대 사이를 누비다 보면 1시간 동안 달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마 자세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스쾃 자세를 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효과도 얻는다. 최 교수는 “탁구를 한 후로 바지가 꽉 낄 정도로 허벅지가 굵어졌다”며 웃었다.
강도를 조절하면서 운동할 수 있는 것도 탁구의 장점이다. 운동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에 힘들면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 “체중 줄고 혈압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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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한다. 일단 몸이 가벼워졌다. 속이 더부룩한 증세나 식후 졸림 현상은 모두 사라졌다. 체력적으로 월등하게 좋아졌다. 탁구를 시작했을 때 10분도 버티기 힘들던 체력이 2, 3시간을 거뜬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됐다.
탁구를 하면서 운동의 맛을 느끼니 또 다른 운동 계획을 세우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최 교수는 요즘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등 새로운 종목을 하나 더 시도해볼까 생각하고 있단다. 건강 습관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운동 효과 제대로 보려면 준비운동 필수
힘이 세다고 해서 탁구를 더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민첩성과 집중력이 더 필요하다. 특히 60, 70대 노인에게 탁구는 좋은 운동이다. 최영 교수는 “노인들은 일주일에 3회 정도만 1시간씩 탁구를 해도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호회원 중에는 노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다만 운동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준비운동은 필수다. 최 교수 또한 5~10분 동안 스트레칭을 꼭 한다. 최 교수는 “사전에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긴장한 상태에서 운동하기 때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며 “근육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체로 5, 6개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특히 효과가 좋은 세 가지만 따라해 보자.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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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