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가 관련 소송을 위해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면책 특권이 인정되는 내용이 파악됐다.
이 문서에서 법무부는 “피고인 빈 살만이 외국 정부의 현직 수반으로서, 국가 원수에게 부여되는 면책 특권이 적용된다는 것이 행정부의 판단”이라며 “국가 원수 면책 특권의 원칙은 국제관습법으로 잘 확립돼있다”고 밝혔다.
이에 카슈끄지의 약혼자였던 하티제 젠기즈는 트위터를 통해 “자말이 오늘 다시 죽었다”며 “미국에 정의의 빛이 일말이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돈이 먼저였다”고 비판했다.
사우디 출신의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2일 혼인신고를 위해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살해됐다.
미 정보당국은 카슈끄지가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썼다는 점에서 왕세자를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약혼녀 하티스는 왕세자 등을 상대로 정신적·금전적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2020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빈 살만 왕세자를 두고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며 목소리를 높여왔기에 이번 결정을 두고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