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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파가 사는 온천… 스키어 유혹하는 요테이산… 레저천국이 부른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입력 | 2022-11-19 03:00:00

일본 홋카이도
스키-골프여행객 붐비는 조잔케이
시원한 설원풍경 펼쳐지는 요테이산
안도 다다오 건축예술 감상




일본 홋카이도 조잔케이 온천마을에는 도요히라강 양쪽 계곡에 20여 개의 료칸과 온천호텔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강바닥에서 샘솟는 온천수는 1866년에 처음 발견됐다.

《홋카이도는 눈으로 유명한 여행지다.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였던 오타루는 겨울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여름에 시원한 홋카이도는 골프와 단풍여행 명소로도 인기다. ‘홋카이도의 후지산’이라고 불리는 요테이산(羊蹄山)이 바라보이는 니세코와 시코쓰도야 국립공원 지역은 온천과 등산, 스키, 골프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 귀여운 ‘갓파’가 살고 있는 조잔케이 온천

일본 내 청정 수질 1위로 꼽히는 홋카이도의 칼데라호인 시코쓰 호수

홋카이도 삿포로시 남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시코쓰도야 국립공원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요테이산과 시코쓰 주변이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칼데라호(화산의 분화로 만들어낸 호수)인 시코쓰는 해발 250m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이지만, 깊이가 363m나 되기 때문에 호수 바닥은 바다보다 아래다. 일본 내 청정 수질 1위로 꼽힌 시코쓰 호수에서 투명 카약을 타면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도 볼 수 있다. 조잔케이 호헤이쿄 협곡의 거대한 호헤이쿄 댐 위에서 펼쳐지는 붉은빛 단풍 바다는 순간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절경이다.

스키와 골프 여행객들이 많이 묵는 조잔케이(定山溪)는 도야코 온천, 노보리베쓰 온천과 더불어 삿포로를 대표하는 3대 온천마을 중 하나다. 1866년에 미이즈미 조잔(美泉定山)이라는 수도승이 아이누족 원주민의 안내로 도요히라강(豊平川) 상류에서 솟아오르는 온천을 발견했다. 조잔은 그곳에 초막을 짓고 몸 아픈 사람들을 데려와 치료했고, 그때부터 이곳의 명성이 조금씩 퍼져 나갔다. 조잔케이 지역에서는 56개의 온천이 발견됐는데, 1분당 8t 이상의 온천수가 샘솟고 있으며, 수온은 80도에 이른다.

조잔케이 온천마을의 수호신인 물의 요정 ‘갓파’ 대왕 조각상. 

도요히라강 양쪽 계곡에는 20여 개의 료칸과 온천호텔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계곡을 연결해주는 쓰키미바시(月見橋) 다리에 서면 강바닥에서 콸콸 흘러나오는 온천수가 하얀 김을 내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는 조잔 스님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지어진 조잔원천공원(定山原泉公園)이 있다. 공원 안 스님 동상 앞에는 족탕(足湯)이 있어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온천 폭포 밑에는 ‘달걀 삶기 온천수’가 있어 관광객들이 달걀을 가져와 온천수에 삶아 먹기도 한다. 다리 주변에는 조잔케이의 수호신인 물의 요정 ‘갓파’ 조형물이 곳곳에 놓여 있다. 거북이와 개구리를 닮은 갓파는 수륙 양생의 상상의 동물로, 머리에는 쟁반을 올리고 있고, 손과 발에는 물갈퀴가 달렸으며, 입이 튀어나온 귀여운 모습이다. 마을 산책길에는 갓파 대왕을 비롯해 엄마 갓파, 아기 갓파 등 곳곳에 숨어 있는 20개의 물 요괴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기념품 가게에는 갓파 캐릭터로 만든 쿠션, 티셔츠, 온도계, 장난감 등이 즐비하다.

조잔케이 마을에는 갓파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도요히라강은 1909년 상류에 댐이 건설되기 전까지는 큰 물줄기가 흐르고 물고기도 많이 살던 강이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도로공사 인부로 일하던 세야마 모씨가 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다 강에 빠져 행방불명이 됐는데 탐색 작업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밤. 세야마의 아버지 꿈속에 그가 나타나 ‘갓파 부인을 만나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 후, 이곳에서는 단 한 명의 익사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다.

조잔케이의 전통 료칸인 시키시마 벳테이(別邸)에서 온천을 한 후 이른 아침 도요히라강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산책로에서 만날 수 있는 붉은 ‘후타미 현수교(二見吊橋)’ 위에서는 화려한 단풍이 수면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다리 주변 숲에서는 밤이면 루미나리에 조명 쇼가 펼쳐져 애니메이션 ‘토토로의 모험’을 보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홋카이도의 니세코 파우더

홋카이도의 후지산으로 불리는 ‘요테이산’.

스키장으로 유명한 니세코의 호텔 리조트의 창가에서는 ‘홋카이도의 후지산’으로 불리는 요테이산의 설원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니세코는 1990년대 호주의 스키어들이 터를 잡으면서 글로벌 명소로 떠올랐다. 니세코의 스키장이 몰려 있는 안누푸리산 주변에는 현재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콘도를 짓고 있고, 그 앞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국적 자본이 투자한 리조트와 호텔들이 즐비하다.

홋카이도의 가을에는 ‘유키무시(雪蟲·눈벌레)’라고 부르는 작은 벌레들이 눈송이처럼 날아다닌다. 유키무시는 홋카이도 겨울의 전령사다. 스키어와 보더 사이에서 니세코의 눈은 ‘니세코 파우더(Niseko Powder)’라고 불린다. 시베리아의 찬 대기에 부딪혀 홋카이도 니세코에 내리는 눈은 건조하고 가벼워 마치 가루와 같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 무려 15m씩 내리는 눈이 니세코를 파우더 스키의 성지로 만들었다. 폭죽처럼 터지는 눈가루를 헤치며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슬로프를 내려올 때의 쾌감은 대단하다.

홋카이도에서는 넓은 들판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 떼를 흔히 볼 수 있다. ‘칭기즈칸’으로 불리는 홋카이도식 양고기 요리는 불판에 채소와 함께 구워 먹는 양고기의 쫄깃한 맛이 매력적이다. 니세코 로프트 클럽(Loft Club)에서는 1인분(250g)에 2310엔(약 2만2000원)인 양고기가 동그랗게 썰려 나오는데, 양배추와 양파, 피망, 감자, 호박 등 야채와 함께 숯불에 구워 먹는다. 보통 홋카이도식 칭기즈칸은 철판 냄비에 양고기와 야채가 주방에서 조리돼 나오는데, 요즘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식당처럼 환기 장치가 달려 있는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 먹는 칭기즈칸 요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로프트 클럽에서는 별미로 사슴고기 구이도 맛볼 수 있다. 붉은색이 감도는 사슴고기는 미디엄 레어로 살짝 구워서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이다. 홋카이도 관광청 관계자는 “홋카이도에서는 민가에 피해를 주는 늑대를 없애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사슴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사슴 수가 늘면서 산림이 훼손되고 생태계 파괴가 골칫거리로 떠올라 사슴고기 구이, 사슴고기 버거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안도 다다오의 ‘붓다의 언덕’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붓다의 언덕’에 있는 석불.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1)는 자연, 바람, 물, 빛을 이용한 종교 건축으로도 이름이 높다. 그는 콘크리트 벽 사이 틈으로 십자가 모양의 빛이 들어오는 ‘빛의 교회’(오사카), 물 위에 떠 있는 십자가 주변에 자연이 비치는 ‘물의 교회’(홋카이도)로 영적인 충만함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낸 바 있다.

홋카이도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붓다의 언덕(Hill of the Budda)’이 있다. 삿포로시 인근에 있는 북해도 공립공원묘원인 마코마나이 다키노 레이엔(眞駒內瀧野靈園)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신성한 공간인 ‘두대불(頭大佛)’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모아이 거석상이 줄지어 서 있고, 라벤더가 심어진 언덕 위에 불쑥 솟아오른 부처님의 머리가 보여 호기심을 자아낸다.

입구에 다다르니 언덕 아래로 콘크리트로 만든 석굴이 조성돼 있다. 우선 직사각형의 연못을 만나는데, 영혼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의미라고 한다. 석굴 입구에서는 불상의 발치만 보이다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마치 실크로드의 둔황 석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불상 위 천장에 둥그런 구멍이 뚫려 있어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빛의 교회’에서 십자가 모양의 빛이 들어왔다면, ‘붓다의 언덕’에는 불상 위에 원형의 하늘이 신성한 느낌을 준다. 석굴에는 불교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들이 놓여 있어 관람객이 두드리면 맑고 투명한 울림소리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석굴은 물론 불상까지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지어졌다. 불상의 옷 주름까지 콘크리트로 표현해낸 사각형 판을 붙여서 만든 모습이 이채로웠다. 불상 주변을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정면과 옆면, 어깨, 등까지 햇빛과 그림자의 각도에 따라 미소가 달라지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글·사진 홋카이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