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스키-골프여행객 붐비는 조잔케이 시원한 설원풍경 펼쳐지는 요테이산 안도 다다오 건축예술 감상
일본 홋카이도 조잔케이 온천마을에는 도요히라강 양쪽 계곡에 20여 개의 료칸과 온천호텔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강바닥에서 샘솟는 온천수는 1866년에 처음 발견됐다.
○ 귀여운 ‘갓파’가 살고 있는 조잔케이 온천
일본 내 청정 수질 1위로 꼽히는 홋카이도의 칼데라호인 시코쓰 호수
조잔케이 온천마을의 수호신인 물의 요정 ‘갓파’ 대왕 조각상.
조잔케이 마을에는 갓파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도요히라강은 1909년 상류에 댐이 건설되기 전까지는 큰 물줄기가 흐르고 물고기도 많이 살던 강이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도로공사 인부로 일하던 세야마 모씨가 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다 강에 빠져 행방불명이 됐는데 탐색 작업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밤. 세야마의 아버지 꿈속에 그가 나타나 ‘갓파 부인을 만나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 후, 이곳에서는 단 한 명의 익사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다.
조잔케이의 전통 료칸인 시키시마 벳테이(別邸)에서 온천을 한 후 이른 아침 도요히라강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산책로에서 만날 수 있는 붉은 ‘후타미 현수교(二見吊橋)’ 위에서는 화려한 단풍이 수면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다리 주변 숲에서는 밤이면 루미나리에 조명 쇼가 펼쳐져 애니메이션 ‘토토로의 모험’을 보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홋카이도의 니세코 파우더
홋카이도의 후지산으로 불리는 ‘요테이산’.
홋카이도의 가을에는 ‘유키무시(雪蟲·눈벌레)’라고 부르는 작은 벌레들이 눈송이처럼 날아다닌다. 유키무시는 홋카이도 겨울의 전령사다. 스키어와 보더 사이에서 니세코의 눈은 ‘니세코 파우더(Niseko Powder)’라고 불린다. 시베리아의 찬 대기에 부딪혀 홋카이도 니세코에 내리는 눈은 건조하고 가벼워 마치 가루와 같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 무려 15m씩 내리는 눈이 니세코를 파우더 스키의 성지로 만들었다. 폭죽처럼 터지는 눈가루를 헤치며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슬로프를 내려올 때의 쾌감은 대단하다.
홋카이도에서는 넓은 들판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 떼를 흔히 볼 수 있다. ‘칭기즈칸’으로 불리는 홋카이도식 양고기 요리는 불판에 채소와 함께 구워 먹는 양고기의 쫄깃한 맛이 매력적이다. 니세코 로프트 클럽(Loft Club)에서는 1인분(250g)에 2310엔(약 2만2000원)인 양고기가 동그랗게 썰려 나오는데, 양배추와 양파, 피망, 감자, 호박 등 야채와 함께 숯불에 구워 먹는다. 보통 홋카이도식 칭기즈칸은 철판 냄비에 양고기와 야채가 주방에서 조리돼 나오는데, 요즘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식당처럼 환기 장치가 달려 있는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 먹는 칭기즈칸 요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로프트 클럽에서는 별미로 사슴고기 구이도 맛볼 수 있다. 붉은색이 감도는 사슴고기는 미디엄 레어로 살짝 구워서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이다. 홋카이도 관광청 관계자는 “홋카이도에서는 민가에 피해를 주는 늑대를 없애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사슴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사슴 수가 늘면서 산림이 훼손되고 생태계 파괴가 골칫거리로 떠올라 사슴고기 구이, 사슴고기 버거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안도 다다오의 ‘붓다의 언덕’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붓다의 언덕’에 있는 석불.
입구에 다다르니 언덕 아래로 콘크리트로 만든 석굴이 조성돼 있다. 우선 직사각형의 연못을 만나는데, 영혼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의미라고 한다. 석굴 입구에서는 불상의 발치만 보이다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마치 실크로드의 둔황 석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불상 위 천장에 둥그런 구멍이 뚫려 있어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빛의 교회’에서 십자가 모양의 빛이 들어왔다면, ‘붓다의 언덕’에는 불상 위에 원형의 하늘이 신성한 느낌을 준다. 석굴에는 불교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들이 놓여 있어 관람객이 두드리면 맑고 투명한 울림소리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석굴은 물론 불상까지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지어졌다. 불상의 옷 주름까지 콘크리트로 표현해낸 사각형 판을 붙여서 만든 모습이 이채로웠다. 불상 주변을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정면과 옆면, 어깨, 등까지 햇빛과 그림자의 각도에 따라 미소가 달라지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글·사진 홋카이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