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2.11.16 뉴스1
“내려가는 집값을 보고 있으면 주식처럼 ‘서킷 브레이커(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대출 이자 오르는 것과 정반대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 답답한 마음입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족이라고 한심하게 보는 사람도 있어 마음이 무겁습니다.”(30대 직장인 김모씨)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영끌족들이 비상이다.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허리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집값마저 내려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 절벽·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정부의 규제 완화도 무색한 실정이다.
19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는 0.25~0.5%포인트(p) 선에서 금리를 상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3%인 기준금리는 3.25~3.5% 범위 내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영끌족의 삶은 더 팍팍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아파트값 상승 지역이 전무했다. 지역별로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광진 ?0.26% △관악 ?0.25% △송파 ?0.21% △마포 ?0.16% △구로 ?0.13% △강남 ?0.08% △강북 ?0.06% △양천 -0.06% 등으로 나타났다.
광진은 구의동 래미안구의파크스위트·광장동 광장현대3단지 등이 2500만~5000만원 하락했다. 관악은 봉천동 성현동아·두산 등이 500만~5000만원 빠졌다. 송파는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와 신천동 장미 등이 2500만~5000만원 떨어졌다. 마포는 공덕동 공덕삼성과 성산동 성산시영이 500만~3500만원 하락했다.
신도시는 부동산 경착륙 우려에 재건축 기대감이 낮아진 1기 신도시 중심으로 낙폭이 크게 나타났다. 지역별로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평촌 ?0.22% △산본 ?0.20% △분당 ?0.06% △일산 ?0.04% △김포한강 ?0.04% 등으로 집계됐다.
평촌은 평촌동 초원부영과 귀인마을현대홈타운 등이 1500만~2000만원 빠졌다. 산본은 산본동 가야5단지주공1차·매화주공14단지 등이 500만~2000만원 떨어졌다. 분당은 야탑동 장미코오롱·장미현대 등이 500만~2000만원 하락했다.
매수심리 냉각이 확산되면서 거래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9.2로 전주보다 1.5p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2년 8월 6일(67.5)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매수세 위축에 따른 거래량 감소 현상도 뚜렷하다. 지난 18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1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신고기한이 남은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현재까지 504건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인상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매수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추가로 하락 조정된 급매물만 간헐적 매수 문의가 존재하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다음주 금리 인상이 예상돼 부동산시장이 추가로 얼어붙은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연착륙 대책에도 경착륙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내년까지 가격 하락세가 전망된다”고 귀띔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