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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출범후 최대규모 촛불집회 ‘대통령실 에워싸기’ 행진도…보수단체는 맞불 집회

입력 | 2022-11-20 14:26:00


“퇴진이 추모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촛불승리전환행동)
“문재인, 이재명 당장 구속하라” (자유통일당)

19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와 이에 맞서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정부 책임론’을 지적하며 정부를 규탄하는 세력과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 간 세 대결이 3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로 구성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2만 6000여 명, 주최 측 추산 25만여 명이 모였다. 이는 전주 촛불집회(경찰 추산 4000여 명)의 6배가 넘는 규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열린 촛불집회로는 역대 최대 인원이다. 이전까지는 지난달 22일 촛불집회(경찰 추산 1만8000여 명)가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집회였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주최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뉴시스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7시 숭례문 오거리부터 시청 교차로까지(약 450m 구간) 세종대로 모든 차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퇴진이 추모다’ ‘윤석열 퇴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은 퇴진하라.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유정주, 강민정, 김용민, 양이원영, 황운하 의원 등 6명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 7명이 참석했다. 유 의원은 야권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는 ‘인간 사냥’을 멈춰라. 멈추지도, 반성하지도 않겠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퇴진하라”고 외쳤다. 안 의원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정부 책임론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공개 사과하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행동은 오후 7시경 서울 지하철역 4·6호선 삼각지역 쪽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삼각지역에서 대열을 지하철역 6호선 녹사평역과 4호선 신용산역 방향으로 나눠 대통령 집무실을 에워싸는 형태로 행진을 진행했다. 애초 경찰은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행진 경로를 삼각지역으로 제한하는 부분 금지 통고를 했지만, 주최 측이 이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를 법원이 18일 인용하면서 일명 ‘대통령실 에워싸기’ 행진할 수 있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촛불집회에 맞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전광훈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후 2~8시 촛불집회와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불 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1만 80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문재인 이재명 당장 구속하라’, ‘주사파 척결‘ 등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을 지키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변호인인 강신업 변호사도 참가했다. 

삼각지역에선 다른 보수 단체인 ‘신자유연대’ 회원 1000명(경찰 추산)도 오후 5~8시 반까지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촛불행동의 행진이 시작되자 “촛불 사람들이 여기로 오고 있다. 저들이 돌아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자”며 외쳤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삼각지역 인근에 도착하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대규모 도심 집회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광화문을 찾은 직장인 김지은 씨(24)는 귀를 막고 이동하며 “오랜만에 주말을 맞아 친구와 덕수궁을 찾았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용산구 주민 박모 씨(27)는 “회사 직원들과 저녁 모임을 하러 가는데 진로방해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며 “삼각지역 쪽에서 길을 건너야 하는데 길이 막혀 남영역 쪽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