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게임산업에 본격 진출하며 엔터테인먼트 업체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종합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자체 지식재산권(IP)을 보유 여부가 안정적이고 지속적 성장에 핵심 요소로 부각 중인 게임업계에선 BTS와 르세라핌 등 강력한 아이돌 IP를 보유한 하이브가 시장에 진출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하이브는 19일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플린트가 제작한 신작 게임 ‘별이되어라 2 베다의 기사들’에 대한 퍼블리싱(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이브의 게임 사업 총괄 법인 하이브 IM이 게임의 퍼블리싱을 맡고, 하이브가 플린트 지분을 획득하는 방식의 투자도 단행한다. ‘BTS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이날 직접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모든 요소가 함축적으로 담긴 매력적인 콘텐츠”라며 “음악을 넘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란 미래 계획을 가진 하이브가 게임 사업으로 더욱 즐거운 시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의 게임산업 진출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은 아니다. 2018년 넷마블이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 원을 투자해 게임 개발 협업을 추진했고,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 출신으로 2014년 넥슨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한 박지원 대표를 2020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올해 상반기에는 게임 사업을 전담하는 산하 법인 하이브 IM을 분사시켜 게임 사업을 본격화했다. 하이브IM이 자체개발해 올해 6월 출시한 ‘인더섬 위드 BTS’은 두달만에 누적가입자 600만명을 모으며 긍정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개발뿐 아니라 게임 퍼블리싱까지 본격화하겠다는 하이브의 행보는 엔터사를 넘어 독립적인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사세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지난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빼며 사명을 변경한 하이브는 음악 중심 엔터사에서 종합적인 라이프스타일·IT 플랫폼으로 변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넷마블 등 기존 유통사와의 협업을 넘어 방시혁 의장과 박지원 대표를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을 통해 직접 업계에서 경쟁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게임업계에선 파급력이 큰 자체 IP 보유 여부가 기업의 성장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넷마블은 타사 IP 이용료를 포함한 지급 수수료가 전체 영업비용의 40%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IP가 없어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BTS를 포함해 르세라핌, 뉴진스 등의 큰 영향력을 가진 아티스트를 보유한 하이브가 게임 퍼블리싱 업계에 본격 진출하며 자체 IP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