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이유로 경제보복 中의 ‘내로남불’ 협력 방안 찾되 강압외교엔 할 말 해야
윤완준 국제부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간 한중 회담에서 잘 안 쓰던 말을 했다.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하는 걸 반대해야 한다.”
범안보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국에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수출을 못 하도록 한 미국을 비판할 때 중국이 쓰는 말이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에게 경제 문제를 안보와 연결시킨 미국의 ‘장단에 놀아나지 말라’고 훈계한 것이다.
정부는 중국에 한한령 해제를 요구하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다. 중국은 오히려 사드 관련 이른바 ‘3불 1한’을 주장한다. 사드 운용 정상화라는 주권 문제에 사실상 내정간섭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정상화 진척에 따라 한중관계 마찰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에도 정치 안보 등 문제를 경제 보복과 연결한 적이 있다. 2018년 호주가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자 호주산 와인, 소고기, 석탄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2012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자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2010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중국의 반체제 지식인 류샤오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했다.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하는 걸 반대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말은 일종의 ‘내로남불’로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식 강압 외교를 뜻하는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강도가 집권 3기에 더욱 높아질 것을 예고한다. 최근 시 주석 자신이 직접 ‘전랑 외교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다.
“이는 잘 계획된 공개적 훈계였다, 어른이 아이를 훈계하듯.”
데이비드 멀로니 전 중국 주재 캐나다대사는 미 뉴욕타임스에 “시 주석은 일부러 기자들의 마이크에 잡힐 거리에서 트뤼도를 질책했다”고 했다.
시 주석과 윤 대통령 회담을 보도한 중국 관영 중국중앙TV 영상을 보면 시 주석이 범안보화 얘기를 한 뒤 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시 주석의 말에 동의한 것처럼 보여주는 편집. 중국공산당의 전형적인 선전전이다.
시진핑 3기 중국과 외교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좋은 말만 해선 답을 찾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다음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기왕 경제의 정치·안보화 반대를 말씀하셨으니 앞으론 사드 보복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뒤 실질 협력의 기회를 찾자고 제안하면 어떨까.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