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은 최첨단 과학 이론이라 불리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담고 있다. 태극기 중앙에 그려진 태극 문양을 떠올려 보자. 올챙이처럼 생긴 빨간색과 파란색의 두 물체가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양이다. 빨간색은 팽창하려는 에너지의 속성인 양(陽), 파란색은 수축하려는 에너지의 속성인 음(陰)을 상징한다. 정식으로 그린 태극 문양을 보면 양과 음 모양 안에 작은 하얀색 점이 찍혀 있다. 이 점을 극변(極變)이라 한다. 사물의 상태가 극에 달하면 그 성질이 변하는 주역의 원리를 나타낸다. 양의 성질이 극에 달하면 음으로, 음의 성질이 극에 달하면 양으로 변하며, 궁극적으로 양과 음은 경계 없이 하나로 통합된다.
양자역학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와 양자의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규명하는 이론이다. 양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 입자와 파동의 경계는 사실상 없으며 양자라는 하나의 실체가 입자와 파동이라는 두 가지 상태와 에너지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양자의 속성은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물리적으로 입증됐다. 양자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주역을 접한 후 그것이 양자역학의 원조임을 인정했다. 기사 작위를 받을 때도 태극 문양 주변에 ‘대립적인 것은 상보적’이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었다. 스티븐 호킹 역시 “양자역학이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은 동양철학의 기본 개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과 실패도 상극으로 보이지만 동일한 속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조금씩 달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패가 극에 달하면 성공으로 변하고, 반대로 성공이 극에 달하면 실패로 변할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은 이런 주역의 원리를 꿰뚫고 있다. 에디슨은 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백열전등을 발명했으며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는 수백만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인간 고수와의 바둑 대련에서 승리했다. 중요한 것은 작은 실패를 흘려보내지 않고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에디슨은 실패한 실험의 과정과 결과들을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연구원들과 함께 꼼꼼하게 분석한 후 다음 실험에 반영했다.
실리콘밸리의 천재들 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우주로 가는 꿈을 키운 사람이 많다.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베이조스는 2000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황량한 들판 위에 ‘블루오리진’이라는 우주 회사를 세운 후 차근차근 우주를 향한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블루오리진의 슬로건은 ‘그라디팀 페로키테르(Graditim Ferociter)’이다. ‘한 걸음씩 용감하게’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다. 베이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끈기 있게 한 걸음씩 전진한다. 작은 발걸음이라도 더 자주 내딛다 보면 우주는 우리에게 조금씩 더 가까워질 것이다.” 노자도 도덕경 64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구층지대(九層之臺) 기어누토(起於累土) 천리지행(千里之行) 시어족하(始於足下). 구층 누대도 한 줌 흙이 쌓여 올라가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56호(2022년 11월 1호)에 게재된‘極變… 실패가 극에 달하면 성공에 이른다’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박영규 인문학자 chamnet21@hanmail.net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