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출신 알바레스 역대 최고령 고된 이민생활에도 기타 치며 노래 작년 첫 앨범… 음반제작 손자가 도와
95세에 신인상을 받은 가수 앙헬라 알바레스가 1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라틴 그래미 어워즈에서 “늦은 때란 없다.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라틴그래미2022 화면 캡처
“삶은 힘들지만 탈출구가 있어요. 너무 늦은 건 없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7일(현지 시간) 열린 제23회 라틴 그래미 어워즈에서 가수이자 작곡가인 앙헬라 알바레스가 95세에 신인상을 받았다. 2000년 시작된 라틴 그래미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은 역대 최고령 수상자다.
라스베이거스의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개최된 이날 시상식에서 알바레스와 가수이자 작곡가인 실바나 에스트라다(25)는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부문에서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자가 알바레스를 호명하자 객석에 있던 가수와 작곡가 등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일부는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에스트라다는 먼저 무대로 향하는 계단에 올라 알바레스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안내했다.
“저는 포기하지 않고 항상 싸워왔습니다.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신념과 사랑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어떤 것도 너무 늦은 건 없습니다.”
미국 연예지 피플 등에 따르면 쿠바 출신인 알바레스는 10대 때부터 음악 활동을 해왔지만 첫 앨범을 낸 건 94세 때였다. 1962년 자녀 네 명을 먼저 미국에 보낸 뒤 뒤따라 온 그는 자녀들을 보육원에 보내고 청소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 왔다.
고된 이민 생활에도 그는 꾸준히 기타를 치며 음악에 대한 사랑을 이어왔다. 하지만 대중이 아닌 친구나 가족 앞에서만 연주하고 노래했다. 어린 시절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90세가 될 때까지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음반 제작자인 손자 카를로스 호세 알바레스가 우연히 그가 작곡한 노래들을 발견하며 상황은 바뀌었다. 카를로스는 “할머니가 일생에 걸쳐 한 작업을 가족의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믿었다. 91세 생일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처음 정식 공연을 연 알바레스는 드디어 지난해 15곡이 실린 첫 앨범을 발표했다.
라틴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리코딩아카데미가 만든 라틴리코딩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상으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된 라틴계 음악을 대상으로 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