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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후폭풍에… 韓, 국내거래소 자체 발행 코인 전수조사

입력 | 2022-11-21 03:00:00

일부 중소거래소 규제 사각 지적
전문가 “FTX發 펀드런 등 대비를”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를 계기로 한국 금융당국이 국내 거래소들의 자체 발행 코인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FTX처럼 국내 일부 중소형 거래소가 자체 발행 코인을 상장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여기에다 국내 5대 거래소인 고팍스의 코인 예치 서비스에서 출금 중단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코인런’(대량 코인 인출)이 발생할 소지는 적지만 FTX 사태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가 세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7일부터 국내 거래소를 대상으로 자체 발행 코인 현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중소형 거래소인 ‘플랫타익스체인지’가 2020년 1월 상장한 가상자산이 자체 발행 코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수 점검에 나선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원화 거래를 하는 5대 거래소는 자체 발행 코인이 없다는 걸 확인했지만 은행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중소 거래소에서 관련 의혹이 불거져 있어 상세히 확인하고자 한다”고 했다.

FTX 사태는 자체 발행 코인인 FTT로 자산 부풀리기를 하고 경영진이 고객 자산을 부당하게 유용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들은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코인을 원칙적으로 취급할 수 없고, 고객이 예치한 원화를 연계 은행에 보관해야 해 FTX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거래소들은 규제에 따라 코인 자체 발행을 막고 예치금 분리에 나서 사고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실명 거래 기반을 갖추지 못한 일부 중소형 거래소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고팍스의 코인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에서 출금 지연이 계속돼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파이는 고객이 예치한 코인을 운용해 수익을 낸 뒤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다. 고파이 운용을 맡은 미국 코인 대출업체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FTX 파산 여파로 16일부터 신규 대출과 환매를 중단하면서 한국 투자자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현재는 언제든 가상자산을 넣고 뺄 수 있는 자유형 상품의 출금이 막혀 있지만 24일 만기가 돌아오는 고정형 상품의 원금과 이자 지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글로벌 큰손들이 비중이 크진 않지만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며 “FTX 사태 후폭풍이 자산가치 하락과 펀드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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