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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로비에 가림벽 설치… 도어스테핑 잠정중단 가능성

입력 | 2022-11-21 03:00:00

대통령실 “보안상 이유로 설치”
MBC기자-비서관 설전 두고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여야 ‘MBC기자 슬리퍼 차림’ 공방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등에 대한 MBC의 보도와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로 불거진 양측 간 갈등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은 18일 MBC 기자가 윤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높여 항의성 질문을 한 행위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잠정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브리핑에서 “도어스테핑은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시도된 바 없는, 국민과의 새로운 소통방식”이라면서 “그런 자리에서 지난주 금요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대통령실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18일 출근길에 MBC 취재진에 대한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MBC가)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C 기자는 이에 집무실로 향하는 윤 대통령에게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따지듯 물었고,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와 설전을 벌였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불미스러운 일’은 이를 말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향후 도어스테핑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포함해, 재발 방지를 포함해 이 사안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 “소개할 내용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안내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도어스테핑이 잠정 중단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어떠한 결정이 내려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MBC에 강경한 기류다. 18일 윤 대통령이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며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만큼 내부적으로 각종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에게 고성을 낸 MBC 기자를 두고 도어스테핑을 계속하는 게 맞느냐”며 징계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 가림벽을 새로 설치했다. 윤 대통령이 출입하며 도어스테핑을 하는 로비 쪽 공간과 기자실, 브리핑룸 등이 있어 기자들이 오가는 공간 사이를 벽으로 가로막은 것이다. 그간 기자들은 로비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는 없어도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물론 청사로 드나드는 인사들을 내다볼 수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모든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보안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벽이 도어스테핑과는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가벽으로 인해 앞으로 대통령의 출퇴근 모습과 대통령실을 찾는 인사를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대통령실과 MBC의 충돌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20일 “(MBC) 박성제 사장과 현 보도국 간부들이 계속 버티는 한 MBC는 대한민국 언론의 수치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기자 출신인 국민의힘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MBC 기자를 가리켜 “팔짱 끼고 슬리퍼 신고 회견장에 서 있는 모습은 기자라기보다 주주총회장 망가뜨릴 기회를 찾고 있는 총회꾼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은 여권에서 MBC 기자의 차림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언론 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MBC에 대한 꼬투리 잡기에 여념이 없다”면서 “가히 꼬투리 잡기의 달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복당 신청을 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다는 응대는 좁쌀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