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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ICBM 과시에 9세 딸까지 동원… ‘代이어 핵 증강’ 메시지

입력 | 2022-11-21 03:00:00

金 2남1녀 중 둘째 김주애 첫 등장
부인 리설주도 발사 참관현장 동반
‘후대의 안전까지 담보’ 강조한 듯
北매체 연일 ‘핵무력 강화’ 선전



김정은, ICBM 발사장에 딸-부인 대동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과 부인인 리설주가 김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9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하면서 관련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과정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까지 처음 공개하면서 핵 무력 보유와 개발의 끈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글에서 “핵무기를 질량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세 차례나 언급하며 그 명분을 “후대들의 밝은 웃음을 위하여”라고 내세웠다. 북한 안보의 시작과 끝은 ‘핵’임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 딸 공개 이면엔 “핵 포기 절대 없다” 의지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리설주)와 함께 몸소 나오셨다”고 전하면서 처음으로 딸의 모습이 담긴 사진 3장을 공개했다. 흰 패딩과 검은 바지 차림에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는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ICBM 발사장을 바라봤다. 조선중앙TV는 20일 김 위원장이 딸을 뒤에서 꼭 안아 발사 장면을 모니터하는 모습, 딸이 오른손에 회중시계를 쥔 채 무언가를 응시하는 모습,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이 셋이서 나란히 걷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이 딸은 2009년 결혼한 김 위원장과 리설주의 둘째 ‘김주애’로 추정된다. 미국의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2013년 방북 후 언론에 “그들의 딸 ‘김주애’를 안았다”고 밝혀 알려졌다. 정보당국 분석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2010년 득남한 뒤 2013년 이 딸을 낳았고, 2017년 막내아들을 얻었다고 한다.

딸이 동원된 배경으로는 후계 구도 시사보다는 ‘핵개발 지속화’에 무게가 실린다. 김 위원장이 2018년 4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1차 방북 당시 “자녀들이 평생 핵을 지니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알려졌지만 이를 뒤집고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제니 타운 편집장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대를 이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북한이 다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다정한 모습을 통해 이미지 반전을 꾀하면서 핵무기 시험의 일상화 및 정당화를 노린 다목적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10월 연쇄 탄도미사일 도발에 처음 나타났던 리설주가 다시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당국자는 “딸과 부인을 데리고 미사일을 쏘게 되면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고 주민들에게 후대의 안전까지 담보한다는 안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자상한 어버이 역할을 인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일종의 쇼맨십”이라며 “핵 외에는 대안이 없고 미래 세대의 안보도 핵으로 책임지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 北 “핵에는 핵,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호전적인 미사일 발사 현장에 미성년자인 딸을 동행시킨 김 위원장의 의도도 새겨볼 대목이다. 세습 구도나 핵무장 강화의 선전도구로 딸을 일찌감치 등장시켜야 했을 만큼 다급한 구석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화성-17형 발사에 ‘사변적인 날’이라며 대대적인 고무와 찬양에 나선 것도 핵 무력 강화에 대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달 초 하루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이 1년 치 쌀값에 달한다’는 미 랜드연구소의 분석이 의미하듯 김 위원장에게는 경제적 궁핍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을 달래기 위한 핵 무력 정당화의 명분을 찾는 것도 과제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라는 구호를 앞세우며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 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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