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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기후변화 피해’… 선진국 기금으로 보상

입력 | 2022-11-21 03:00:00

유엔 기후총회 197개국, 기금 조성 합의



선진국-개도국, 기후변화 따른 피해 보상 합의 20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막 총회에서 COP27 의장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개도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변화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 조성 등을 담은 총회 결정문을 읽고 있다. 6일 개막한 COP27은 18일 끝날 예정이었지만 기후변화 보상 문제 등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견해차로 20일 새벽에야 가까스로 합의가 이뤄졌다. 샤름엘셰이크=AP 뉴시스


기후변화가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 홍수 가뭄을 비롯한 자연재해를 입은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유엔 차원의 국제기금이 처음 마련된다.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개도국들이 지난 100여 년간 선진국, 부국들의 산업 개발 과정에서 대량 배출된 탄소로 인해 지구온난화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선진국들이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 의장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은 20일(현지 시간) 이런 내용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등을 담은 총회 결정문이 당사국 197개국 합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6일 이집트에서 개막해 18일 폐막할 예정이던 COP27 일정을 넘겨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타결됐다.

올해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 등 개도국 134개국이 COP27에서 피해 구제를 강력히 촉구해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 조성 문제가 논의됐다. 개도국들은 올해 심각한 이상기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난이 겹쳐 피해가 커졌다고 했다. 다만 기금 형태, 기금 조성 주체, 기금 지원 대상과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내년에 논의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피해 보상’ 국제기금 첫 합의… 구체안 마련엔 험로


‘기후변화 취약’ 분류된 55개국
지난 20년간 손실 705조원 추정
中 등 주요 배출국 책임 부담 미지수
韓, 피해보상 의무 부담 국가서 빠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마련에 합의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인한 개발도상국 피해를 선진국들이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금 조성에는 합의했지만 기금이 걷히고 배분될 때까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이견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20개 개도국 GDP 20% 기후변화 손실’
‘손실과 피해’는 기후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 홍수 가뭄 폭염 등으로 발생한 비용을 의미한다. 개도국은 이런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기반시설이나 제도가 미비해 피해가 크다. 올 6월 기후변화에 취약한 55개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이 중 20개국의 기후변화 관련 손실액은 약 5250억 달러(약 705조 원)로 해당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다.

파키스탄은 올해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717명이 숨졌고 전체 인구의 약 15%인 33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아프리카 19개국은 올해 홍수로 500만 명 넘게 피해를 봤고 농경지 약 100만 ha가 물에 잠겼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니제르, 차드에선 올 하반기 홍수로 수백 명이 숨지고 15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파키스탄을 비롯해 130여 개도국은 COP27에서 산업혁명 이후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일으킨’ 선진국들이 보상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진국은 운용 중인 기후 적응 관련 기금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환경운동 세력이 강한 유럽연합(EU) 등이 중재에 나섰고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정상이 만나며 논의를 재개한 결과 합의에 이르렀다.

외신은 이번 기금 마련 합의를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기후 관련 싱크탱크 ‘파워시프트아프리카’ 모하메드 아도우 상임이사는 “처음에는 손실과 피해 보상이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며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韓, 보상 의무 부담국에서는 빠져
다만 이 기금을 어떻게 조성하고, 어느 나라가 얼마나 기여하며, 어떤 나라가 얼마나 받을지 등 구체적인 기금 운용 방식 결정은 향후 과제로 남았다. 선진국이라고 볼 수 없는 중국 등 현재 주요 탄소 배출국이 얼마나 보상 제공을 감수할지도 미지수다. 또 COP27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폭 섭씨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뿐만 아니라 석유 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은 합의하지 못했다.

한국은 개도국 손실과 피해를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국가에서는 빠졌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채택 당시 선진국만 의무 부담 국가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COP27에서는 기후변화협약 채택 이후 크게 성장한 국가들이 손실과 피해를 부담해야 하는지도 주요 쟁점이었다. 선진국 측은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은 협약 이후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기 때문에 손실과 피해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등의 강력한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총회에서는 한국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경제 규모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안할 때 향후 (한국) 책임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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