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최측근 구속] 뇌물 등 혐의에 李 관여 여부 추궁 李 “유검무죄 무검유죄… 칼춤 막을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와 검찰의 정진상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관련 기자들 질문에 말없이 이동하고 있다. 2022.11.09. 뉴시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오후 정 실장을 불러 구속 후 첫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 대표의 관여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약 4시간 만에 종료됐다. 정 실장은 이날도 뇌물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위례신도시 및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428억 원의 뇌물을 약속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 기간 동안 정 실장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위례신도시 및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어디까지 보고했는지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인 정 실장의 구속에 대해 “유검무죄 무검유죄”라고 반발했다. 그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과 민주세력에 대한 검찰독재 칼춤을 막아내고 민생을 지키는 야당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장동 일당 중 남욱 변호사는 21일 0시 석방됐다. 남 변호사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는 24일 0시 풀려날 예정이어서 남 변호사와 김 씨가 향후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檢 “지방자치권력 사유화”… 이재명 본격 수사 예고
정진상 영장심사때 ‘자치권력’ 언급
내달 정실장 기소뒤 李 수사 나설듯
법원 “도망 우려” 밝히며 영장 발부
정진상측 “유동규 진술外 물증 없어”
“지방자치권력을 사유화하고 (개발사업) 이권에 개입해 사익을 추구한 전형적 부패 사안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8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수감 중)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 의사 결정권자가 민간사업자와 결탁해 특혜를 몰아주고 개발 이익을 뒷돈으로 받기로 한 중대 부패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방자치권력’을 언급한 걸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지자체 권력의 정점이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예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 법원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
정 실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약 8시간 10분 동안 진행됐는데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심사 후 4시간 40여 분 만인 19일 오전 2시 50분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여기에는 구속 수사를 할 만큼 뇌물수수, 부정처사후수뢰 등 주요 혐의가 소명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인멸 우려 및 도망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달 22일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경우 ‘증거인멸 우려’만 거론했는데 ‘도망 우려’가 추가된 것이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 직전 정 실장 PC의 운영체제(OS)가 재설치된 점과 지난해 9월 정 실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휴대전화를 폐기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이 올 8월 이후 경기 성남시 자택을 드나든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언급됐다고 한다.
정 실장 측은 “휴대전화를 폐기하라고 한 적 없다, 업무가 많아 집에 자주 못 들렀을 뿐”이라고 맞섰지만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정 실장이 야당 대표의 최측근이란 지위를 이용해 유 전 직무대리는 물론이고 석방이 예정된 남욱 변호사 및 김만배 씨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검찰, 연내 이 대표 조사할 듯
검찰은 최장 20일 동안 정 실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진행하면서 남 변호사 등을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천화동인 1호’의 개발 이익 428억여 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 등을 입증하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전 직무대리와 남 변호사 등은 검찰에 “천화동인 1호 수익금 일부는 정 실장, 김 부원장 몫”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학 녹취록’에도 김 씨가 사업 공고 9개월여 전인 2014년 6월 정 실장을 만나 의형제를 맺고 사업 얘기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정 실장은 개발 이익을 약속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 실장 변호인단은 18일 영장심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객관적 물증은 없고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이거나, 다른 사람들이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들었다는 진술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다음 달 8일까지 정 실장을 기소하면서 이 대표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연내에 위례신도시 및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윗선’으로 이 대표를 지목하며 출석 요구서를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국회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