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발사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을 이틀 연속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 19일 ICBM 발사장에서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딸의 모습을 공개한 데 이어 20일에도 관련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는 대내외적으로 ICBM 발사 성공에 따른 자신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핵 전력을 4대에 세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 구도 확정 전까지 자녀를 숨겨왔던 행보로 달리, 인자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이 딸까지 처음 공개하면서 핵 보유에 대한 자신감과 대를 이어 핵을 증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을 하겠다며 미국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전날 있었던 화성-17형 ICBM)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공화국 핵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되는 역사적 중요 전략무기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어 발사 과정을 지도했다”고 밝혔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햐얀색 점퍼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여자아이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미사일 옆을 걷거나 발사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발사 현장에는 리설주 여사도 동행했는데 김 위원장의 지도 현장을 나란히 서서 지켜보는 모습 등도 포착됐다. 이 여자아이는 한눈에 봐도 김 위원장과 리 여사의 모습을 꼭 빼닮아 눈길을 끌었다.
북한 공식 매체가 김 위원장 딸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여자 아이를 교육이나 문화 분야 활동이 아닌 군사 분야에 대동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파격적이고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그간 김 위원장의 자녀 수는 물론 나이 등 구체적인 정보는 철저히 감춰져 왔다.
다만 정보당국 분석과 언론 보도 등을 보면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슬하에 세 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파악된다.
2010년과 2013년, 2017년에 자녀를 낳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첫째는 아들, 둘째는 김주애라는 이름의 딸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자녀와 리 여사를 ‘국가핵무력’의 위력을 과시하는 ICBM 시험발사장에 동행한 점에 주목한다. 엄중한 시험 발사 현장에 딸까지 참관하고 이를 공개까지 한 건 미사일 발사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최고지도자 일가가 국력 강화와 자력갱생에 에너지를 쏟고 있음을 보여 줘 내부 결속도 꾀했다는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발사)실패가 예견됐다면 (리 여사와 딸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형 화성-17형 무기체계에 대한 상당한 신뢰감을 이미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고지도자 가족들의 시험발사 현장 참여가 ICBM 개발 및 운용에 참여하는 국방과학자, 전투원들에 대한 사기 진작 및 격려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에 공개된 딸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백두혈통’의 남성에게만 최고 권력을 이양해왔기 때문에 이 딸이 김 총비서의 자리를 물려받는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향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있어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신형 ICBM 시험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김정은의 딸 사진을 공개한 것은 그가 앞으로 김정은의 국가핵전략무력강화 노선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