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인 영화음악 거장이자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 사카모토 류이치(70·坂本龍一)가 암 투병 중인 가운데도 새 앨범을 선보인다.
21일 국내 사카모토 작품을 제작·배포하는 씨앤엘 뮤직에 따르면, 사카모토는 내년 1월17일 새 앨범을 발매한다. 앨범 발매일은 사카모토의 일흔한번째 생일이다.
OST 등의 작업물을 제외하면 2017년 발매한 ‘에이싱크(async)’ 이후 약 6년 만의 오리지널 음반이다.
사카모토는 “2021년 3월 초순 큰 수술 후, 일기를 쓰듯이 스케치를 녹음했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12곡의 스케치를 골라 앨범으로 만들어 봤다”면서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고 일부러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나의 지금의 소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트워크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화가 이우환 씨가 이 음반을 위해 제작한 드로잉을 사용했다. 이 화가는 사카모토와 친분이 있다.
음반에 실린 음원은 오는 12월11일 오후 12시(한국시간) 스트리밍되는 온라인 콘서트 ‘류이치 사카모토 : 플레잉 더 피아노 2022(Ryuichi Sakamoto: Playing the Piano 2022)’가 끝나면 먼저 들을 수 있다.
사카모토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출신이다. 1978년 ‘사우전드 나이브스(Thousand Knives)’를 발매하며 데뷔했고, 같은 해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결성에 참여했다. 1983년 팀이 해체된 이후 오히려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특히 영화음악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음악을 맡는 동시에 출연도 한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로 영국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영화 ‘마지막 황제’(1987)의 음악으로는 아카데미 오리지널 음악 작곡상, 그래미 상 등을 차지했다.
2014년 7월 인두암에 걸린 사실이 알려졌지만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2015년 야마다 요지 감독의 작품 ’어머니와 살면‘과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통해 영화음악 제작에 복귀했다. 2017년 봄에는 8년 만의 솔로 앨범 ’async’를, 같은 해 말부터 ICC(도쿄)에서 신작의 설치 미술 ‘이스 유어 타임(IS YOUR TIME)’을 발표했다. 2019년엔 차이밍량 감독의 ‘유어 페이스(YOUR FACE)’로 제21회 타이베이 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런 가운데 투병도 이어졌다. 작년 직장암으로 전이된 사실을 공개하고 수술을 받았다. 일본 문예지 ‘신초’에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보게 될까’를 연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에는 네덜란드 예술제에서 아티스트 다카타니 시로와 공동 제작한 신작 극장 작품 ‘타임(TIME)’을 발표했다. 올해 7월엔 쉬안화(許鞍華·허안화) 감독의 작품 ‘제일로향’으로 홍콩금상장영화제 작곡상을 받았다.
평소 환경이나 평화 문제에 대한 관심도 크다. 삼림 보전단체 ‘모어 트리스(more trees)’를 창설했다. 최근엔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설립해 재난 피해 지역 어린이들의 음악활동을 지원 중이다. 1990년부터 미국 뉴욕에서 거주해오고 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몇차례 내한공연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