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서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대통령선거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출구조사에서 득표율 82.45%를 기록하며 사실상 재집권이 확정됐다.
이날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1차 추산 결과 약 1200만 명의 유권자 중 69%가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국영매체의 출구조사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의 득표율이 82.45%라고 밝혔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30년간 집권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후임으로, 2019년 70.96%의 득표율을 얻으며 2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올해 초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진압한 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단행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반정부 시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대한 염증, 부정부패, 경제난 등을 꼽았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충신들을 해임하고, 나자르바예프 가문에 대한 보호를 없애기 위해 헌법 개정을 단행했으며 수도 이름을 누르술탄에서 아스타나로 바꾸며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선거 제도 개혁 및 공정한 언론 보도를 보장하는 등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어떤 나라가 우리의 내정에 개입한 적도 있다고 안다”며 러시아의 내정 간섭을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대통령의 임기를 5년 중임에서 7년 단임으로 바꾸는 개헌안을 추진, 2024년과 2025년 예정된 대선과 총선을 앞당겼다. 이와 함께 반정부 시위로 수감된 이들을 대거 사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 외교전문지인 더 디플로맷은 “재선 시 토카예프 대통령은 젊은 개혁 성향의 기술 관료들로 구성된 새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나자르바예프 가문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이 만든 정치 프로그램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협력을 이어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경제 정책 면에서도 서방과 밀착 행보를 이어왔다.
이에 러시아 법원은 카스피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에 카스피 송유관 가동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토카예프 대통령도 서방 국가와 튀르키예(터키), 걸프 국가, 중국 등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독립적인 ‘다중 벡터 외교 정책’을 추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자국 이익과 경제 발전 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만큼 집권 2기에서는 러시아와 거리를 유지하고 서방, 중국과 보다 가까워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