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에놀라 홈즈의 인기는 셜록 홈즈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어 화제인 ‘에놀라 홈즈2’시리즈 원작 소설가 낸시 스피링어(74)는 인기 비결을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소설에 돌렸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는 전 세계에 알려진 불후의 베스트셀러다. 19세기 출간된 후 셜록의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절판된 적 없는 추리소설로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낸시 스프링어는 “어릴 적 셜록 홈즈 시리즈를 거의 외울 수준으로 읽었다”며 “12살 때 더 이상 읽을 셜록 홈즈 책이 남아있지 않단 사실을 알고 괴로워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12살 무렵 셜록 홈즈를 좋아하던 아이는 이제 셜록의 여동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성장했다.
21일 언론사 공동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는 “‘에놀라 홈즈’ 시리즈를 시작할 당시 글을 쓴 지 10년이 넘었을 때였다. 시리즈 1권이 내 45번째 소설이었다”며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편집자가 ”잭더리퍼가 활보하던 어둡고 우울한 런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써달라고 해 셜록 홈즈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미 로빈 후드의 딸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적이 있었기 때문에 셜록에게도 딸을 만들어줄까 했는데, 딸은 영 아니었어요. 워낙 금욕적인 캐릭터라 딸은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나이차 많이 나는 여동생을 만들어낸 거예요.”
에놀라 홈즈 시리즈가 기존 셜록 홈즈와 달리하는 키워드는 크게 ‘청소년’과 ‘여성’이다. 스프링어는 그간 출간한 60권의 책 가운데 아동 도서가 20권, 청소년 도서가 14권에 달하는 만큼 10대 주인공을 다루는 데 익숙하다.
그는 “10대 시절은 마법 같은 시절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를 빌자면 ”좋은 시절(Glory Days)”“이라며 ”확실히 내가 10대 이야기를 다루는데 애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나 스스로가 여성인 게 자랑스럽다“며 ”주체적인 여성상과 여성 서사가 늘어나는 최근 추세도 좋은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19세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 만큼 고증에도 신경을 썼다. 빅토리아 시대를 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색칠“이었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워낙 많이 읽어 다시 읽거나 특별히 중점을 두고 읽을 필요는 없었다“는 그는 빅토리아 시대 복식, 주택, 마차 등등의 밑그림이 그려진 어른 대상 컬러링북을 사서 세밀하게 색칠하며 조사를 했다. 스프링어는 ”복식 관련 책을 복사해서 그 복사본에 색칠을 하기도 하고, 빅토리아 시대 가정을 담은 종이인형을 주문해서 그걸 가지고 놀기도 했다“며 노하우를 전했다. 그 밖에도 고전 영화를 보고 앤티크 가게를 방문하기도 했다.
”사실 작품을 쓸 때는 어떤 배우를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당시 염두에 둔 게 있다면 집 대출금을 어떻게 갚나 하는 것 정도였겠죠.“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은 1887년 첫 장편 ‘주홍색 연구’를 시작으로 8권의 책(장편 4권, 소설집 4권)을 내며 ‘셜록홈즈’ 시리즈를 40년간 이끌었다. 스프링어 또한 16년간 시리즈를 이어가며 벌써 8권의 책을 냈다. 그는 아서 코난 도일을 넘어 이제 9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곧 책이 한 권 더 나올 거예요. 제목은 ‘에놀라 홈즈와 몽구스의 종적’(가제)인데 이후 후속작 계획은 아직 없네요.“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