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치자금 문제로 데라다 미노루 총무상을 경질시키면서 우려하고 있던 각료의 ‘사임 도미노’가 현실이 됐다. 지난 8월 개각 단행 이후 불과 약 3개월 만에 각료 3명이 물러나면서 기시다 총리의 ‘국정 동력’이 힘을 잃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 등이 21일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20일) 밤 총리 공저에서 데라다 총무상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 후 기자단에 보정예산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 피해자 구제 등을 꼽으며 “중요 과제에 답을 하나하나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각료가 잇따라 사퇴하는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데라다 총무상은 지난 3년 간 지역구 후원회 정치자금 보고서의 회계 책임자를 이미 사망한 사람으로 기재하는 등 정치자금을 둘러싼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일본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파’로 분류되는 데라다 총무상을 포함해 2차 내각 각료 3명이 물러나면서 일본 야당은 기시다 총리의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대표 이즈미 겐타는 “총리의 결단력, 지도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국민에게 사죄해 향후 내각의 본연의 자세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바 노부유키 일본 유신회 대표는 “(데라다 총무상은) 끝까지 설명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 밖에도 그만둬야 할 가능성이 있는 각료가 있다면 정리해서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이케 아키아 일본 공산당 서기국장은 “너무 판단이 늦다. 책임을 지고 기시다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본 ANN 방송사가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30.5%였으며,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4.7%를 기록했다.
야마가타마에 경제 재생 담당 장관이나 하리마에 법무 장관의 사임을 둘러싼 대응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사람은 절반을 넘었습니다.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생담당상과 하나시 야스히로 법무상의 사임을 둘러싼 기시다 내각의 대응에 대해서도 ‘평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인사 문제만이 아니라 식료품 등 가격 인상으로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낀다는 응답도 67%를 기록했다.
한편 데라다 총무상을 경질시키는 것으로는 현재의 분위기를 쇄신하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야당은 이후에도 정치자금 논란에 휩싸인 아키바 겐야 부흥상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자민당 내부에서는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もぐらたたき)과 같다”며 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는 내년 1월 정기국회 이전에 개각당직자 인사를 단행하는 선택지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다만 자민당 내에서는 “기책(奇策)은 이제 그만 두는 것이 좋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에노 야스야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개각 관료 3명이 경질된 것에 대해서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내에서의 구심력은 한층 저하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제1차 아베 내각이나 아소 내각처럼 단명에 그칠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내년 1월 내각당직자 인사에서 쇄신감을 내는 것이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