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0)가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설립안을 20일(현지시간) 타결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1일 외신과 환경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이번 기금은 30개국이 채 안 되는 선진국이 130개국이 넘는 개도국에게 기후변화 초래한 만큼 이를 보상해 개도국들의 자연재해 예방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선진국은 화석연료 대량 사용 등 기후온난화 초래 가스를 200년 가까이 뿜으면서 산업화를 이룩했다. 반면 개도국의 가난한 나라들은 세계의 기후변화 유발 비중은 미미하면서도 선진국 초래 책임이 확실한 기후변화 피해를 똑같이 혹은 선진국보다 몇 배의 심하게 당하고 있다. 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선진국이 개도국의 가난한 나라에게 보상하는 것이 이번 기금의 목적이다.
대신 2011년부터 10년 동안 확실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개도국이 이에 ‘적응’하고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보조금을 매년 모아 주기로 하고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에 달하면 마감하기로 했다.
잘못·책임이나 배·보상 뉘앙스가 배제된 이 보조금은 매년 평균 700억 달러가 넘는 선에서 계속됐으나 2020년 목표년에 833억 달러(110조원) 조성에 그쳐 2025년까지 연장해서 매년 수십 억 달러가 보조된다.
COP27의 ‘손실과 피해’ 기금은 ‘적응 및 완화’ 보조금과 비교해 선진국이 기후변화 초래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대신 기금의 개도국 지급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하고 있다. 또 선진국의 기금 기여는 자발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기금 조성의 구체적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이번 합의가 ‘상징적 선언’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진국은 보상, 개도국은 배상으로 해석하기를 바라는 이 손실과 피해 기금 설립을 요구해온 나라는 134개국이고 파키스탄이 앞장서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COP27에서 성취했다. 인구 2억2000만 명의 파키스탄은 기후변화 초래의 산업화 가스 배출 비중이 1%도 되지 않지만 이번 여름 정기적인 몬순이 폭우와 홍수로 돌변해 1500명이 숨지고 영토의 3분의 1이 침수돼 버렸다.
이전 같으면 파키스탄의 고유 지형이나 날씨 및 정부의 대비 탓으로 돌렸겠지만 그간 COP27가 이어지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의식화’가 돼 파키스탄은 이번 참변의 자국 책임은 10%도 안 되고 나머지가 모두 선진국 산업화 탓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의 셰리 레흐만 기후 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라며 “우리는 지난 30년간 분투했고 그 여정은 오늘 이곳에서 첫 긍정적 이정표를 이뤄냈다”고 환영했다.
구체적 합의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지만, 일단 논의가 시작되면 향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치열한 격론이 예상된다.
실제 덴마크는 지난 9월 사상 최초로 기후변화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손실과 피해 기금으로 130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어 오스트리아(5000만 달러)와 스코틀랜드(800만 달러)도 뒤따랐고, 독일을 중심으로 한 주요 7개국(G7)도 2억 달러를 약속했다. 하지만 개도국 측은 “손해 규모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파키스탄 대홍수만으로도 300억 달러(약 40조2900억 원) 경제적 손실이 생긴 만큼 피해 보상 규모는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게 개도국 주장이다.
이번 COP27에서는 기후변화협약 채택 이후 크게 성장한 국가들이 손실과 피해를 부담해야 하는지도 주요 쟁점이었다. 선진국 측은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은 협약 이후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기에 손실과 피해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등의 강력한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총회에서는 한국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경제 규모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안할 때 향후 한국 책임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