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재명 대표 최측근 ‘구속’ 놓고 공방
21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을 놓고 여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지도자다운 결단을 촉구한다”고 압박했고, 이 대표는 “국가 역량을 야당 탄압에 허비하고 있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이 대표가 최측근이라 자랑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된 데 이어 정진상 정무조정실장도 구속됐다”며 “이재명 대표의 지도자다운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성남시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검은 돈이 두 사람에게 흘러 들어가서 이재명의 (성남) 시장선거, 대선후보 경선, 대통령 선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졌다”며 “안타깝게도 이 대표는 야당 탄압,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이 위기를 탈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조작의 칼날’이라 공격했다. 그런 주장들을 납득할 국민이 누가 있겠느냐”며 “지금 불거져 나오는 이 대표 관련 비리들은 민주당의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하나하나 제기됐던 사안들이다. 우리 당이 먼저 제기했거나 검찰이 캐낸 사건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 당원들도 (대선 후보) 경선 막바지에 ‘이 대표는 당선되더라도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렵겠구나’ 판단해서 경쟁한 다른 후보에게 표가 일제히 몰렸다. 국민들도 다 기억하고 있다”며 “민주당 당원들이 우려했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21일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왼쪽)이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는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을 정치 공동체로 묶은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며 “그런 것이 앞서간 민주당의 지도자들이 위기의 순간에 보여준 결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 대표를 향해 “국민은 대선 떨어진 뒤에 곧바로 오랜 터전을 옮겨서 지역구 의원이 되고자 했을 때 벌써 알아차렸다”며 “민주당 전체를 인질로 잡다시피 하면서 방탄으로 이 국면을 돌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냥 추상적으로 야당 탄압, 이재명 탄압이라고만 이야기하지 말고 무엇이 사실이고 아닌지 국민한테 속 시원하게 밝혀주길 바란다”며 “이 대표는 변호사 아닌가. 정정당당하게 공소장과 구속영장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밝히고 국민들로부터 판단을 받아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이 대표는 “위기 극복에 써야 될 국가역량을 야당 파괴에 허비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검찰 독재 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확하게 25년 전 오늘 대한민국이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국가 부도의 날을 맞아서 우리 경제가 한순간에 절벽으로 떨어진 날”이라며 “최근 민생경제를 둘러싼 위기 징후들이 심상치 않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위기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민생과 경제는 백척간두 위기인데 정부의 인식 대응은 천하태평처럼 보인다”며 “IMF 국난 극복 당시 무능, 무대책, 무책임으로 일관하면서 위기를 은폐하던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상황일수록 국가 재정은 민생과 경제의 버팀목이자 방파제가 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 서민예산 축소 같은 비정한 특권 예산을 반드시 저지하고 서민을 보호하고 경제를 살리는 따뜻한 민생 예산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21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또한 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언급하며 “이제 진실과 책임의 시간이다. 그 출발은 신속한 국정조사”라며 “유족의 애타는 호소와 진실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에 여당은 피하지 말고 답해야 한다. 참사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성역 없는 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려면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에 대해 “본질은 윤석열 정권 차원의 이재명 죽이기”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죽이기, 야당 파괴 행위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정 실장의 구속수사는 부당하다. 증거가 아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유동규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존한 수사가 결국 구속으로 이어졌다”며 “정 실장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했고 검찰이 요구한 압수수색에도 모두 협조했다. 제1야당 대표의 정무조정실장인 공인을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로 구속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