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 News1
삼성, SK, LG, 현대차 등 4대그룹이 이번주를 시작으로 12월 초순까지 CEO(최고경영자) 등 임원 인사에 순차적으로 나선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는 물론 내년 경영 환경이 ‘시계제로’ 상황에 놓인 만큼 4대그룹 인사가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주요 경영진을 ‘믿고 맡기는’ 인사 내용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르면 이번주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11월25일 사장단·임원 인사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올해 실적 악화에 빠진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의 유임 여부와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 중인 LG이노텍 정철동 사장의 승진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사장단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경우 가전·TV 사업에서 부진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측면이 크고, 9년 동안 적자였던 전장 사업을 흑자로 돌렸다는 점에서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도 위기 상황인 만큼 그룹 내 재무통인 정호영 사장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취임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도 유임이 예상된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에선 실적에 따라 좀 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신사업과 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할 40대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초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각각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사장단 인사는 12월7일이었으며 임원 인사는 12월9일이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용 회장의 취임 후 첫 인사인 만큼 그룹 내 컨트롤타워의 부활 여부가 관심사다. 부활할 경우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전담조직) 팀장이 수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또 박학규 경영지원실장과 최윤호 삼성SDI 사장 등 과거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임원 인사에선 젊은 리더들이 대거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조기 승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 개편을 발표했는데, 이 인사 기준이 올해 인사부터 적용된다. 특히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이 폐지되면서 올해 인사에선 30대 임원 승진자가 대규모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통상 12월 첫째주 목요일을 전후로 사장단 인사를 진행했던 만큼 올해는 다음달 1일쯤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장동현 SK㈜ 당시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8명의 부회장단을 구성했다. 총수 일가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2명을 뺀 6명은 전문경영인이다.
SK스퀘어,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그룹의 ICT 분야를 맡고 있는 박정호 부회장도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합병 등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한 만큼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유정준 SK E&S 부회장은 지난 3월 그룹 북미 대외협력 총괄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만큼 부회장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SK그룹의 핵심 육성 사업인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 사업에서 차세대 인재를 발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12월 중하순께 실시해온 현대차그룹의 정기 인사도 올해엔 12월 초중순쯤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올해 인사에서는 ‘부회장 직책 부활’ 여부가 관심사다. 정몽구 명예회장 측근이던 윤여철 전 현대차 부회장의 지난해 퇴진하면서 현재 현대차그룹에는 부회장급 전문경영인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인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203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한 바 있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 폭도 관심이다.
재계 관계자는 4대그룹 인사에 대해 “대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