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주장하는 단체가 주최한 촛불집회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 인사들은 “후안무치한 책동”, “감정사기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촛불집회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관련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1일 논평을 내고 “지난 주말 ‘친명 돌격대’를 자처한 일곱 명의 국회의원들이 정부 퇴진 집회에 참석했다”며 “촛불의 추모 의식을 더럽히고 애도 집회를 정치에 악용하려는 후안무치한 책동”이라며 윤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그간 민주당이 인원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은 있었지만 이들의 직접 참여로 집회 주도 세력이 명확해졌다”며 “이들과 ‘시국회의’를 만들겠다는 촛불전환행동은 ‘민주당 당원들이 많이 와서 감사하다’고 말해 촛불이 이재명 방탄 집회와 한 몸으로 엮여있음을 실토했다”고 주장했다.
20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해 “죽음마저 정파적 이익으로 계산하는 죽음의 환전상, 유가족의 슬픔을 당파투쟁의 분노로 바꿔보려는 감정사기꾼, 거짓 애도를 하며 죽음까지 독점하려는 정치 무당이 바로 이들의 민낯”이라며 “이들은 당파적 번제를 위해 불을 들었다. 그 번제가 바로 촛불집회”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연단에 올라 야권 인사에 대한 검찰수사를 언급하면서 ‘인간사냥’을 멈추라고 했다”며 “이태원 압사 사고와 검찰수사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젊은이들의 죽음에 자신들의 파렴치한 범죄혐의를 끼워팔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태원 유가족이 모여야 한다’고 했다. 민들레가 사고 사망자 명단을 무단으로 게재했다가 비판받은 지 얼마나 되었나”라며 “유가족을 당파투쟁에 이용하겠다는 검은 속내는 안 의원이나 민들레나 똑같다. 그러니까 민주당이 사망자 명단 유출의 배후로 지적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촛불집회에 참여한 안 의원과 강민정, 김용민,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2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의원은 ‘이후에도 촛불집회에 참석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광장에 당연히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졸(卒)로 보는 것이다. 여의도에 갇혀서 이래라저래라하는 오만한 인식”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오죽하면 수십만 국민들이 몇 개월 된 정권의 퇴진을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겠느냐”며 “국민이 있는 곳에 함께 하며 목소리를 듣는 것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이 각각의 양심에 비춰 스스로의 책무를 다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19일 민주당 소속 안민석, 김용민, 강민정, 유정주, 양이원영, 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서울 중구 태평로와 세종대로 인근에서 개최한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전국집중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이들 중 일부는 무대에 직접 올라 “10.29 참사의 주범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촛불집회 참석에 대해 “‘윤석열 퇴진’ 같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집권 6개월이 됐는데 그렇게 자꾸 헌정 질서가 중단되는 그런 사태로 가면 되겠느냐.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도부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