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주민이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자 방역당국이 해당 동을 봉쇄했다. 아파트 출입구에 출입금지선을 설치하고 방역 요원이 입구에서 24시간 감시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해당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했지만 최근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밀접접촉자가 발생한 동만 봉쇄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외교 공관 밀집 지역인 량마차오(亮馬橋)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한 직장인 위모 씨는 편의점에 가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가려다 깜짝 놀랐다. 1시건 전 출근할 때만 해도 없었던 노란색 출입금지선이 입구에 쳐져 있었다. 건물 관리자들은 부랴부랴 주변에 있던 공유자전거를 가져와 입구를 막고 있었다.
건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또는 밀접접촉자가 파악돼 긴급 봉쇄조치가 내려진 것이었다. 이제 위 씨와 직장 동료들은 해제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며칠이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위씨는 “요즘 친구들이 ‘자고 일어나보니 아파트가 봉쇄됐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사무실에서 하루는 버틸 수 있겠지만 봉쇄가 길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3년 전 코로나19 초기로 돌아간 듯”
중국은 3년 가까이 시행해온 고강도 방역정책인 ‘제로코로나’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에 극에 달했고 잦은 봉쇄로 경제 위기를 맞게 되면서 수정이 불가피했다. 중국 국무원(정부)은 11일 격리 기간 단축, 2차 접촉자 판정 폐지 등을 담은 방역 최적화 20개 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같은 완화 조치 이후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2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전역 신규 감염자는 올해 최고 수준에 근접한 2만6824명으로 집계됐다.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시 주석의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하고 폐막한 지난달 22일 838명이었는데 한 달 만에 30배 정도 증가했다. 특히 베이징의 경우 20일 확진자 수는 962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지난달 말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확진자 수가 한 달 만에 90배 이상 급증했다.
● 작은 병원에 “1주일 휴진하라”
베이징시는 21일부터 필수 시설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소규모 병원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며 사실상 1주일 휴진을 강제하기도 했다. 중국 학교들은 이미 1주일 전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끝까지 대면 수업을 고집했던 베이징 내 국제학교들도 21일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이번 조치로 거의 모든 시민들이 당분간 집 안에만 머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