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최저 3.7%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정책금융 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이 가입 문턱을 낮췄는데도 여전히 흥행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정이 내년부터 대출 요건을 현행 주택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 이하로 더 완화하고 공급 규모도 50조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오히려 채권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올해 25조 원 목표인데 7조 원 신청
21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9월 1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안심전환대출 누적 신청 금액은 7조454억 원(5만7812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공급 목표(25조 원)의 28.2%에 불과하다.하지만 2단계 신청액도 18일 현재 3조557억 원에 그치고 있다. 앞서 2019년 안심전환대출을 내놨을 때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신청이 폭주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 씨(39)는 “2년 전 주담대를 끼고 5억 원대 아파트를 샀는데 9억 원 이상으로 뛰었다”며 “수도권 주택 보유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정책상품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시중은행 주담대의 상환 기간은 최장 40년인데 비해 안심전환대출 만기는 10~30년이다. 만기 30년이 넘는 주담대는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오히려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늘어날 수 있어 갈아타기를 꺼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다 집값 급등기에 혼합형 금리(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로 대출받은 사람들은 아직 대출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지 않은 요인도 있다.
● 안심전환대출 50조 원…자금시장 블랙홀 우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6일 당정협회의에서 내년부터 안심전환대출 주택 요건을 9억 원으로 더 높이고 대출 한도도 5억 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급 목표 역시 올해 25조 원, 내년 20조 원 등 기존 45조 원에서 50조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글로벌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얼어붙은 채권시장에 또 한번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심전환대출 과정에서 주금공은 대출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한다.
안심전환대출 주택 기준을 9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특히 집값 6억 원 이하가 이용하는 보금자리론 대출자들의 불만이 크다. 9억 원 집을 담보로 변동금리를 받은 대출자들이 연 금리 4%대 보금자리론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갈아탈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 보금자리론을 통합한 특례 보금자리론을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