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부산 도심 출몰 멧돼지 무리, 3주째 행방 묘연하자 주민들 불안

입력 | 2022-11-22 03:00:00

서면역-부산시민공원 인근서 멧돼지 무리 출몰 신고 이어져
도심이라 엽총 발포도 쉽지 않아…야간 포획 위해 화지산 입산 금지



부산 부산진구는 화지산에 멧돼지 무리가 은신해 있는 것으로 보고 출몰 위험성을 알리는 현수막과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 대응하는 요령이 적힌 안내판을 설치했다. 지난달 부산시민공원 등에 잇달아 나타난 멧돼지들은 여전히 포획되지 않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제공


부산 도심에 반복해 출몰했던 멧돼지 무리가 3주째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가의 인접한 야산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언제라도 출몰해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어 포획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부산진구 출몰 멧돼지 같은 무리로 추정
지난달 27일 오후 3시 반경 부산진구 연지동 주택가에 멧돼지 무리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시간 뒤 부산시민공원에서도 멧돼지들이 뛰어다닌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유해조수포획단이 수색에 나서자 멧돼지들은 인근 화지산으로 달아났다.

앞서 지난달 13일 새벽에도 부산진구에 멧돼지가 출몰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전 4시 반경 “부산진양사거리에서 온종합병원 쪽 도로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부산도시철도 서면역 쪽으로 멧돼지가 뛰어간다” 등의 신고를 4건 접수했다. 신고 지점은 모두 부산시민공원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이다. 서면역은 부산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지난달 17일에도 비슷한 지점에서 멧돼지 출몰 신고가 있었다.

부산진구는 최근 출몰한 멧돼지들이 동일 무리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리적 여건 때문에 다른 무리가 이곳까지 왔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 해발 199m의 화지산은 울산 등 다른 도시의 산들과 연결된 해발 600m 이상의 백양산, 금정산 등과 큰 도로를 두고 단절됐다. 멧돼지들이 화지산을 통해 부산시민공원으로 유입되려면, 백양산에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옆 왕복 8차로 도로(월드컵대로)를 건너야 한다. 다른 쪽은 수만 명이 사는 도심 주택가다. 월드컵대로는 심야에도 많은 차량이 운행하며 육교도 없다. 어떻게 이 무리가 유입됐는지도 미스터리이지만, 이 무리 외의 멧돼지의 유입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부산진구의 설명이다.

무리는 몸집이 큰 성돈 1마리와 새끼 4, 5마리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부산진구는 올해 5월 어미로 추정되는 암컷을 화지산에서 포획했다고 밝혔다. 올봄 태어난 새끼들은 최근 몸무게 50kg 이상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엽사 “도심 산이라 발포 등 조심스러워”
부산진구는 지난달 25일부터 야간 포획을 위해 오후 10시 이후 화지산의 민간인 입산을 금지했다. 멧돼지 출몰 위험성을 알리는 현수막 등을 주요 지점마다 내걸고 멧돼지 포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등산로가 수십 곳에 이르러 완벽한 통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엽사들도 포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엽사 단체인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도심 중앙의 야산이라 민간인 피해가 우려돼 엽총을 함부로 쏘기 어렵다. 멧돼지를 쫓는 사나운 사냥개도 함부로 풀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경찰과 소방이 멧돼지가 출몰했다고 사이렌을 울려선 안 된다. 청각이 발달한 멧돼지들이 더 흥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무리의 이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신택순 부산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후각과 청각이 발달해 예민할 뿐 아니라 매우 영리한 동물이다. 자신들을 쫓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악조건을 딛고 먼 곳으로 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접수된 부산 멧돼지 포획 요청 신고 건수는 올가을 크게 늘었다. 2020년 11월 3건이던 신고는 △지난해 11월 4건 △올해 11월 21일 현재 8건이다. 지난해 10월 15건이던 신고는 지난달에 23건으로 늘어났다.

16일 오후 3시 40분경 해운대구 재송동 주택가에 나타났다가 장산으로 달아난 멧돼지도 포획되지 않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장산 중턱에 멧돼지 출몰은 종종 있었으나 도심 한가운데 나타난 사례는 드물다. 엽사들이 포획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김화영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