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화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노조탄압 손배청구 철회’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문조사에서 절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한국 경제가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고 답했다. 일반 국민의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경제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성장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몇 년간 보지 못했던 노동계의 동투(冬鬪)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주 민노총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를 시작으로 지하철, 철도,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KDI가 전문가와 일반 국민을 나눠 진행한 조사에서 전문가의 97%, 일반 국민의 96%는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또 전문가의 93%, 일반 국민의 87%는 ‘위기 극복을 위해 중장기 전략·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과거 한국이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온 방식이 벽에 부딪힌 만큼 미래를 위한 성장전략을 제대로 세우라는 주문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징후는 이미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수출은 지난달부터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국제유가와 수입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높아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KDI가 전망한 내년 성장률은 1.8%다.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곤 경험한 적 없는 낮은 성장률이다.
이번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타격을 주는 게 특징이다.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고물가, 고금리에 시달린다면, 대기업들은 수익성 추락과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어느 한쪽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극한투쟁을 벌이는 건 위기를 넘어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모두 한발씩 물러나 고통을 조금씩 나눠야 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의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