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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문 연 BTS 정국 [횡설수설/송평인]

입력 | 2022-11-22 03:00:00


카타르 축구 월드컵을 앞두고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뉴스가 많이 나왔지만 흘려들어서인지 개막식에 BTS가 초청받은 줄 알았지 정국만 간 줄은 몰랐다. 21일 개막식을 보고서야 정국이 혼자 간 사실을 알았다. 막상 보고 나니 BTS가 다 있을 필요도 없었겠다 싶었다. 정국은 혼자서도 마이클 잭슨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감으로 메인무대를 가득 채웠다.

▷그러고 보니 BTS는 스타(Star)가 아니라 스타들(Stars)이다. 멤버 각각이 하나의 별이다. 비틀스에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 등의 별이 있듯이, 롤링스톤스에 믹 재거와 키스 리처즈 등의 별이 있듯이 그렇다. 별들이 한데 몰려 있어서 팬이 아닌 일반인은 각각의 별을 구별해 보지 못할 뿐이다. 팬들은 각각의 별이 가진 개성과 능력을 안다. 그래서 그들은 BTS의 팬일 뿐 아니라 각각 진 슈가 제이홉 RM 지민 뷔 정국의 팬이기도 하다.

▷막내 정국은 BTS의 메인보컬로서 곡의 첫 부분을 도맡아 부를 정도로 노래를 잘한다. 게다가 리드댄서이기도 하다. 날렵한 몸매에 숨겨진 강인한 근육을 바탕으로 정석대로 추는 춤이어서 동작 하나하나가 힘 있고 깔끔한 데다 안무의 포인트를 살리는 능력이 뛰어나 임팩트를 넣어야 할 때 정확히 넣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이 다 월드클래스이기 때문에 마이클 잭슨처럼 무대를 압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럽을 기준으로 보면 그리스로부터 동쪽은 근동(Near East)이거나 중동(Middle East)이거나 극동(Far East)이거나 다 동양이다. 일본 한국 중국 등 극동에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린 게 여러 차례이지만 근동이나 중동에서는 올림픽이 열린 적이 없고 월드컵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역사적인 대회의 개막식 메인무대에 카타르 자국 가수와 함께 주인공으로 선 사람은 서양인이 아니라 동양인이었고 그 동양인은 한국인이었다.

▷BTS는 과거의 한류와 다르다. 과거의 한류는 한국에서 유행한 뒤 중국 일본 등 인접국으로 퍼져 나가고 다시 중동 등 아시아와 서양에서 인기를 얻는 순으로 전파됐다. BTS는 그렇지 않다. BTS는 한국에서 인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인기를 얻은 뒤 마침내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 깃발을 꽂고 그 뒤에 오히려 한국으로 역류해 기성세대에게까지도 널리 알려졌다. BTS는 에드워드 사이드 식 오리엔탈리즘의 한계를 뛰어넘은 현상이다. 정국은 한국인이어서도 아니고 동양인이어서도 아니고 세계인이 사랑하는 가수여서 노래하고 춤췄다. 그것이 감격스러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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